산업 공기업

오헌승 한국화학연구원장 “신약개발 성패 신물질이 좌우”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09 18:39

수정 2011.06.09 18:39

"세계를 파고드는 신약을 만들려면 독창적인 신약 타깃을 찾아야 합니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게 바로 기초연구죠."

전 세계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놓고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먼저 신물질을 찾아내느냐가 생사를 가르는 무한경쟁 시대다.

해외 시장 경험이 부족한데다 규모도 작은 국내 제약산업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신약개발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신물질 발굴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각적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하 연구원) 오헌승 원장은 9일 "후보물질 연구는 전문 연구기관이 담당하고 투자가 필요한 개발은 제약회사가 참여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신물질 공급 기지화'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오 원장을 대전에서 만나봤다.

―KRICT의 연구 분야를 소개해 달라.

▲녹색성장 화학기술, 첨단화학소재 원천기술,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화학기반 융·복합기술이 4대 중점연구사업이다. 그린화학, 화학소재, 신물질 3개 연구본부 가운데 신약개발을 연구하는 신물질연구본부(5개 센터 2개팀)에 연구원 150여명이 배치돼 암, 당뇨, 비만, 바이러스 등 다양한 후보물질을 확보한다. 중소 제약사가 갖추기 어려운 약동력학, 기초독성, 약물성, 독성시험 관련 서비스를 산·학·연에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신약플랫폼기술팀도 운영하고 있다.

―신약 부문의 주요 연구성과는 무엇인가.

▲미래 신물질 공급 기지가 되는 것이 연구원의 목표다.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들을 확보해 온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항암제 유효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인 릴리에 기술이전했다. 최근에는 황반부변성 치료 후보물질을 국내제약사에 기술이전했다. 또한 당뇨, 뇌졸중,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 연결고리가 아직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신약개발은 과학이 바탕이 되는 연구개발(R&D) 중심 융합형 기술분야로 화학, 생물학, 약리학, 독성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산·학·연의 전략적 제휴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협력이 활발해졌지만 아직은 선진국보다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후보물질 단계는 전문기관이, 개발단계는 제약회사가, 글로벌 수준의 안정적 지원은 정부가 분담해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신약개발 파트너로서 R&D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조언한다면.

▲산·학·연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돼야 한다.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현장의 애로를 해결해야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오는 29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하는 '2011 KRICT Chem-Biz Partnering'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약 후보물질뿐 아니라 태양광, 연료전지, 정보기술(IT)소재, 친환경소재, 화학공정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이번 행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술 사업화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교류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신약개발은 엄청난 인력, 시간, 비용을 요구하는 장기 연구사업이지만 성공하면 자동차 3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국내 제약사들도 실패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우수한 신약개발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연구원은 5월 충남대학교와 함께 국내 최초 신약전문대학원을 개원해 이론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차세대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올해 목표와 계획은.

▲2011년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다.
혁신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선도하면서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다. 올해는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연구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와 신진 연구인력의 아이디어를 개방적으로 수용(KRICT OASIS Project)하고 기업들과도 협력할 것이다.

정리/pado@fnnews.com허현아기자 /사진=김범석기자

■오헌승 화학연구원장 약력△65세 △제주 △서울대 화학과 △서울대 대학원 화학과(석사) △맥길대학교 대학원 화학과(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하버드대 박사 후 연구원 △LG화학 기술연구원 정밀화학연구소장 △삼양사 중앙연구소장 겸 부사장 △제주대학교 화학과 초빙교수 △한국화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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