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8도 안 넘으면 에어컨 틀지마!” 공공기관 ‘찜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05 19:11

수정 2014.11.05 16:45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공사 사무실. 들어선지 5분여가 지나자 이마와 등에 땀줄기가 흘러 내렸다. 직원들은 대부분 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사무실에 걸린 온도계 수은주는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 한 공공기관의 사무실. 직원이 선풍기 2대로 더위를 달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냉방온도를 28도 이상 유지하도록 제한하는 것에 대해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며 호소하는 직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에너지절약차원에서 공공기관의 냉방온도를 28도로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건물주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부과하도록 정한 바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대형건물에 대해서도 지난달 1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7주간 냉방온도를 26도로 제한하고 있다.

▲ 공공기관 3곳에서 측정한 실내 온도. 각각 32도, 30도, 29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하는 이모씨(28)는 “냉방온도 제한 때문에 에어컨을 하루에 1∼2번 정도 밖에 틀지 않아 사무실 온도가 30도를 넘길 때가 많다”면서 “더위 때문에 업무 능률마저 떨어진다며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에 근무하는 박모씨(31)도 “책상 근처에 크고 작은 선풍기를 1개 이상 씩 놓고 틀지만 여전히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일하는 최모씨(26)는 “(실내 온도 제한 때문에) 겨울에는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인턴이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면서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김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의 실내 온도는 30도였다.

공공기관의 온도를 규제함에 따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의 한 우체국에선 시민들이 연신 부채질 하고 있었다. 측정한 결과 실내 온도는 29도. 시민 이모씨(40)는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데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대기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더위 때문에 불쾌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공공기관에 붙어있는 에너지절약권장 안내문.

공공기관의 실내 제한온도를 28도로 정한 것에 대해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 김종범 사무관은 “공공부문에서 모범을 보이자는 뜻에서 원래 26도였다가 28도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 온도가 시원하면 ‘공무원들이 그래서 되느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서 난감할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온도를 조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사무관은 “덥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실내온도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실내온도 28도는 유지하고 예외적으로 열이 많이 발생하는 전산실이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민원실, 병원, 도서관 같은 건물만 자체적으로 탄력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시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