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 통용되던 '빨간 속옷' 마케팅이 최근 백화점 개장 시 대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정식 오픈한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개장 이벤트로 빨간 속옷 프로모션을 대규모로 진행했다.
4층 란제리 매장 등 고객이 몰리는 곳마다 빨간 속옷 판매대가 쉽게 눈에 띄었다.
대구점은 임시 오픈일인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준비한 물량 5만점 가운데 4만점 정도가 팔려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빨간 속옷은 부산·경남지역 백화점에 국한됐던 마케팅이었다.
2008년 12월 오픈한 롯데백화점 센텀점 개점 당시 3억원의 빨간 속옷이 판매됐고, 지난 2009년 3월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일에는 하루 동안 8억2000만원의 붉은색 속옷이 팔리며 화제가 됐다.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은 2009년 12월 오픈 준비를 위해 35억원 상당의 빨간 속옷 11만점을 전국의 속옷가게에서 확보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 등 경남지역 항구도시에서는 고깃배들이 만선의 의미로 귀항길에 빨간색 깃발을 달았는데 이를 지역 옷가게 등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으로 안다"며 "새로 문을 연 가게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재물과 행운을 얻는다는 지역 속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도 "부산시민들 사이에서는 새로 문을 연 가게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남성은 사업이 잘되고 여성은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며 "이제는 백화점 오픈 시 대표 마케팅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빨간 속옷 마케팅은 전국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경기 일산 킨텍스점 오픈 당시 란제리 입점업체와 함께 빨간 속옷 기획행사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도 2009년 9월 리뉴얼 오픈한 영등포점과 지난해 12월 충청점 개장 때 빨간 속옷 판촉전을 열었다.
하지만 마케팅 효과는 발원지인 부산·경남지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리뉴얼 오픈행사에서 2억원, 충청점은 5000만원의 매출에 그쳐 아직까지 빨간 속옷 바람은 부산·경남 백화점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등 다른 지역은 빨간 속옷 속설을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매출 효과는 부산만큼 높지 않다"면서도 "예부터 첫 월급은 부모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도 연결돼 백화점 오픈 프로모션으로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