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본주의 독버섯 ‘화이트칼라 범죄’ 대해부] (1) 처벌 관대한 경제사범/부실회계 ‘화이트칼라 범죄’ 의 시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25 17:36

수정 2014.11.05 12:38

대형 화이트칼라 범죄는 대부분 부실한 회계감사와 장부조작에서부터 시작된다.

영업 관점에서 기업이 '갑'이고 회계법인이 '을'인 관계로 형성되면서 부실감사 연결고리가 구성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 투명성의 원천인 회계감사에서부터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회계사들이 직업 소명 의식을 확고히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선 대기업과 코스닥 업체들의 분식회계가 횡행하는데도 무늬만 회계감사를 벌이는 행태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소회계업체들의 경우 사실상 회계감사를 부탁하는 기업들에 '을'의 역할을 하고 있어 부실회계 의혹이 있을 경우 밝히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 19일 기소한 성도·다인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4명은 은행의 분식결산을 적발하고도 감사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누락하거나 구체적인 입증절차를 포기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측은 부산저축은행의 강성우 감사 등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담당 회계사들에게 분식결산 사실을 누락시켜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우병우 수사기획관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분식결산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담당 회계사가 이를 못 알아챘다는 건 개연성이 떨어진다"면서 "하지만 통상적으로 회계법인이나 소속 회계사들은 조사를 받을 때 자신들이 속았다거나 확인 못했다는 얘기를 하게 되면 범죄 입증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업체와 회계법인 간 감사보고서를 암묵적으로 공모하는 행위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한 사라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령 중소 상장업체가 중소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는데 회계사가 엄한 심사를 할수록 향후 업무를 수주하기 어렵게 되는 마케팅 논리 때문이다.

중견 회계법인 소속의 한 회계사는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감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소신껏 '부적정' 의견을 내비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규모 회계법인과 영업력이 약한 회계사들이 원칙대로 깐깐하게 감사를 진행할 경우 일감을 추가로 얻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기업의 태만한 자료제공이 부실회계를 키우는 주범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지만 몇개만 한정적으로 던져주고 나몰라라 하는 기업들이 문제"라면서 "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변환봉 변호사는 "공인회계사가 부실감사하면 손해배상과 형사책임도 있지만 회계사들이 유한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데다 법인 자산 자체도 작아 피해액에 걸맞은 손해배상액을 받아내기도 어렵다"면서 "현재 4대 회계법인만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회계사들이 보편적으로 의무에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성환 강두순 강재웅 이병철 이유범 최순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