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엄밀히 말하면 기성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한옥에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신체적 특징까지 고려해 집을 손수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옥생활을 꿈꾸다 한옥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그러다 한옥짓는 법을 배워보고 싶어서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한옥 건축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도 최근 부쩍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얼마전 경기도 파주에 문을 연 전통문화예술학교와 경북 청도한옥아카데미, 강원도 화천, 평창한옥학교 등이 있다.
이들 학교에선 대체로 40~50명 단위를 1기수로 해서 3~6개월 교육과정을 거친다. 집을 짓는 대목장(大木匠) 교육과정 동안 한옥 한채를 동기생들과 직접 지어보면서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집짓기의 경우 공동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지으려면 한옥학교를 수료한 뒤 동료들과 품앗이를 해야 한다. 자재구입과 설계, 치목(治木:조립할 수 있게 목재를 다듬는 일), 장비대여 등은 학교에서 도와준다.
전통문화예술학교 등에서 4개월째 대목일을 배운 정지면(41)씨는 조만간 자신만의 한옥을 지을 예정이다. 경기도 양평에 661㎡ 대지를 마련해놓고 건물면적 100㎡ 정도의 한옥을 구상했다.
정씨는 “서툴지만 자기 손으로 집을 가꿔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한옥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데서 삶의 질이 좋아질 수도 있다. 오히려 부엌과 화장실이 한 채에 함께 있는 서양식이 더 불편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옥을 짓는데는 일반 목조건물보다 비용이 두배 정도 많이 든다. 보통 3.3㎡당 건축비가 한옥은 700만~800만원, 일반 목조주택은 450만원 선이다. 한옥이 비싼 이유는 사용하는 나무의 양이 많고 모두 원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3.3㎡의 지붕을 덮는 데 사용되는 전통 토기와의 가격은 10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다.
그러나 한옥학교를 수료한 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집을 지을 경우 인건비 등이 덜 들기 때문에 전체 비용이 약 40% 정도 절약된다.
한옥 짓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무엇보다 한옥에서 살아가는데 필수다. 한옥을 알고 스스로 가꾸고, 수리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한옥에서 산다고 할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예술학교 정준원 사무국장은 “한옥은 100년 살 소나무를 베어 500년을 살게 하는 것이다”라며 “한옥은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나라의 자연과 기후, 한국인의 삶을 모두 응축하고 있어 과학과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옥은 살면서 고치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한옥에 대해 알아야 그곳에서 살수 있다”고 강조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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