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중기·소상공인 ‘정전 피해’ 심각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18 17:20

수정 2011.09.18 17:20

"정전이 장시간 계속되면 자칫 전기로가 파열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급한 대로 비상발전기를 돌려 냉각수를 공급하긴 했지만 큰일 날 뻔했다. 한 시간가량 정전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어 제때 납품을 하지 못했다. 정확한 피해 금액은 좀 더 산출해봐야겠지만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해야 할 판이다."(인천 서부지방산업단지 내 J주물 생산팀장)

"정전 시간은 불과 30분가량이었지만 도금 기계를 다시 예열하고 불량난 제품을 분류하는 등 작업 지체 시간이 2시간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밤 9시까지 잔업을 했다.
피해액을 뽑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소송을 한들 뾰족한 수도 없어 (정전에 따른 피해를)그냥 떠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경기 안산 반월공단 내 W금속 관계자)

1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벌어진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과 영세 소상공인들의 볼멘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선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자칫 정전 피해 업체(개인)와 한국전력, 정부 간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전 사태가 있었던 다음 날인 지난 16일에도 전국의 산업단지 곳곳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피해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역이나 산업단지별로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가량 정전되면서 생산 중단, 불량품 발생, 납품지연, 잔업 등의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수두룩했다.

석유화학업체가 대거 몰려 있는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경우 2만2400V 전선을 사용하는 임대단지가 주로 정전이 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 관계자는 "임대단지 내에서 정전을 당한 업체가 8곳이었고 실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 업체는 이 중 4곳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별 회사마다 피해액을 정확히 산출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향후 소송을 하더라도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에 탄 집에 몇억원을 쌓아뒀다고 한들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이날 서울디지털단지, 남동공단, 시화공단, 구미공단 등 12개 사업단지로부터 피해현황을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이들 공단 내 5300여 개 업체가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한전과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가급적 보상방안을 찾겠다"고 밝혔고 중소기업진흥공단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들 외에도 PC방, 횟집, 비디오방 등 영세 소상공인, 그리고 병원에 이르기까지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를 본 곳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 사례를 이번 주께까지 모집,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일단 피해 사례를 접수해봐야 알겠지만 일반적 피해와 특수한 피해를 구분해 정부와 한전을 대상으로 소송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bada@fnnews.com김승호 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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