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생활과학칼럼] 공격적인 아이에겐 이유가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22 17:42

수정 2014.11.20 14:22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아이들의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며칠 전 한 어린이집 원장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재원 중인 아이가 포크로 친구의 얼굴을 찌르는 일이 일어났다며 상담을 원했다. 만 5세인 철수(가명)가 동생을 본 이후로 행동이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극단적인 폭력까지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2∼3세 유아들은 흔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때리고, 깨물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성을 표출하지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협상의 기술을 익히는 6세쯤에는 신체적 공격성이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철수처럼 나이가 들어도 공격성이 줄어들지 않거나 더 심해지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청소년기 비행으로 연결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 폭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발달 과정에 있는 아동의 공격성은 어느 정도 신경계 성숙과 관련이 있어 발달이 느리고 미숙할 경우 공격성이 더 높다. 근본적인 신경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은 심지어 임신 기간의 스트레스나 흡연이 아이의 공격성과 상관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공격적 행동은 어린 시기부터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일관적이지 못하다거나 극단적인 처벌 혹은 방임은 오히려 공격적 행동을 부추기게 된다.

우선 아이가 공격성을 나타내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동생으로 인해) 관심을 잃게 된 것에 대한 표현인지, 아니면 발달이 늦어 또래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 언어 발달이 느리고 표현력이 부족해서 신체적 공격성이 높다면 그 이유가 청각기관의 문제인지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공격성을 통제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공격적인 행동 대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갈등은 설득과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배우도록 해야 한다. 느리고 알아듣기 힘든 아이의 주장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고 훈육 시에도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처지와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이 발달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 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공격행동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찾게 도와줘야 한다.

철수의 어머니는 철수의 다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놀이치료를 시작했으며 폭력 증세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 아마도 철수는 지난 1∼2년간 키워 온 공격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6개월 안에는 효과를 볼 것이다. 물론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될 때이다. 그러나 치료 기간은 그 문제가 발달해 온 기간에 비례한다.
교정은 빠를수록 좋으며 더 좋은 것은 예방이다. 남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않도록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지도해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폭력과 이기적 공격성을 줄이는 첩경이다.

/박혜원 울산대학교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