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7080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쎄시봉' 열풍을 타고 건설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전종배(55) 현대산업개발 토목사업본부 영업 및 설계담당 상무(사진)로 잘나가는 대기업 임원이지만 30여년 전에는 지금의 스타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 상무는 지난 1978년 부산대학교 재학시절 노래동아리(중창단) '썰물' 멤버로 제2회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한 주인공이다.
수상곡은 '밀려오는 파도소리'로 8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부산대에서는 아직도 매년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로 통한다. 당시 노사연, 심수봉, 배철수씨 등이 은상, 동상 등을 수상하며 스타급 가수반열에 올라섰다.
전 상무는 "그때는 요즘과 달라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을 '딴따라'라고 부르는 등 인식이 좋지 않았고, 다들 가난해 대학 진학 목적이 빨리 취직해서 집안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며 "좋은 직장으로 취직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생 아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였고, 당시 아버님 병원비로 원래 살던 집을 팔고 월세까지 내몰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었기 때문에 취직은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30여년이 흘렀지만 노사연씨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가수를 포기한 게 후회되곤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 그가 이달 7일 서울 논현동 '포니정 홀'에서 '7080 콘서트, 대학가요제'란 이름으로 높은음자리 등 세 팀과 함께 추억의 콘서트를 열었다. 기대치 않던 인터파크 예매에서 120석 전석이 판매되는 등 7080세대들의 뜨거운 열기를 이끌어내 화제가 됐다.
전 상무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업무 수행과 관련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업무 중 스트레스 관리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며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야간작업할 땐 좋은 벗이 되어주고, 비즈니스 땐 대학가요제 수상 경력이 대화의 소재가 되면서 인연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1년에 한두 번씩 공중파방송의 7080세대 관련 콘서트나 기획사가 주최하는 지방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또, 대한토목학회 합창단 '시빌하모니' 일원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등 자신의 일과 취미 생활을 모두 다 즐기는 '직장인들의 로망'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의외로 소박했다. 전 상무는 "현대산업개발 임원으로서 수주에 최선을 다하고 음악은 즐기는 취미로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언젠가 은퇴하게 되면 시골 중소 도시에 작은 라이브 커피숍을 오픈해 그동안 모은 LP판이나 CD, 테이프 등 음원을 소개하고 가끔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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