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이자 ‘칼프가드’ 효능 인정할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03 17:14

수정 2011.10.03 17:14

가축 집단폐사 원인을 놓고 농장 주인과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벌인 법정공방에서 소(牛) 백신인 '칼프가드'의 효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화이자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대법원 상고를 시사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칼프가드는 세계 최초의 '먹이는 축우용 설사 예방 백신'으로 주목받았으며 코스닥 상장업체인 씨티씨바이오가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한우농장 주인 권모씨가 "효능 없는 백신 때문에 송아지가 집단 폐사했다"며 한국화이자동물약품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화이자 측은 권씨에게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화이자동물약품은 화이자의 국내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동물약품사업부로, 30여년간 국내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판매해 오다 1998년 독립법인이 됐다.



재판부는 "권씨가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던 칼프가드가 역가(효능)가 없다는 충남대 수의대학의 감정 결과 및 (이전에 사용하던) K사 제품과 달리 어미소에 칼프가드를 접종한 이후 송아지가 로타바이러스와 대장균 등 복합감염 등에 의해 집단 폐사한 것은 어미소에 접종한 백신에 효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백신이 화이자 측으로부터 출고된 후 인천 강화군청 또는 씨티씨바이오를 통해 공급되는 과정이나 권씨가 보관하던 중 관리소홀 등으로 인해 백신이 손상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만큼 권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백신만으로는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한 로타바이러스의 고유한 특성 및 권씨의 사육환경 역시 손해가 발생하는 데 원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한다며 화이자 측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법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화군에서 한우농장을 운영 중인 권씨는 2007년께 기존에 사용하던 K사 백신과 함께 강화군청이 무료로 배포한 칼프가드를 분만 전 어미소를 대상으로 함께 사용하다 2008년 9월 K사 제품의 사용을 중단했다.

소는 사람과 달리 임신기간에 어미소의 면역물질이 송아지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초유를 통해 전달된다. 칼프가드는 어미소에게 분만 전 2회 접종, 송아지에게 설사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및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형성시켜 출생 직후 송아지들이 초유를 먹을 때 어미소에 형성된 면역물질을 전달받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백신이다.

그러나 칼프가드만 사용하던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태어난 송아지 252마리 중 73%(184마리)가 폐사하자 권씨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원인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폐사한 송아지는 로타바이러스 및 대장균 감염이 확인됐으며 어미소에서는 로타바이러스 항체 양성반응이 나왔다.


권씨는 "어미소의 바이러스 항체 양성반응은 백신에 의한 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으로 칼프가드는 백신으로서 효능이 없는 만큼 6억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백신의 효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화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화이자 관계자는 "국립수의과학원에서 검정을 통과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판명된 백신에 대해 재판부가 효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즉각 상고할 뜻을 비쳤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