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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달빛에도 얼굴이 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09 17:18

수정 2014.11.20 13:47

메밀밭이 피기 시작한 산허리는 온통 소금을 뿌린 듯 하다.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장돌뱅이 허 생원은 가던 길을 멈추고 메밀밭 앞에 섰다.

"달이 무척 밝네 그려. 달밤에 산책하는 사람도 많구먼."

"그러게. 저들을 보니 보따리를 풀고 장사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겨."

달빛을 감상하는 허 생원과 달리 조 선달은 '뭘 좀 팔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조 선달의 머리에 번개 같은 생각이 스친다.



"선크림(자외선 차단제)을 팔면 어떤가? 저렇게 달빛이 밝으니 얼굴이 탈 수도 있겠지?"

"달빛에 얼굴이 탄다고? 그런 소리는 처음 듣네."

두 사람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 동이가 지나갔다. 이공계 출신인 동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이끌려 가던 길을 멈추고 말을 건넸다.

"어르신들, 말씀 중 죄송하지만 달빛을 받아도 얼굴이 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내 말이 맞지? 난 아무래도 이상하더라니까!"

"예, 제가 하나씩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햇빛을 받으면 살이 타는 건 우리 피부에 있는 '멜라닌 세포(melanocyte)' 때문인데요. 이 세포가 어두운 색 물질, 멜라닌을 많이 만들어내서 그런 겁니다."

"멜라닌이라는 게 생긴다면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맞습니다, 멜라닌은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자외선이 피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게 막지요."

"오! 우리 몸이 햇빛에서 몸을 보호하려는 거로군. 그거 놀라운데?"

"이런 답답한 사람! 그런 건 됐고! 빨리 달빛에 안 타는 이유나 설명해 봐!"

"햇빛을 받아 피부가 타는 것은 반사된 빛으로도 가능합니다. 겨울에 스키장을 다녀오면 여름날 못지않게 얼굴이 타죠. 여름철에는 강한 직사광선을 받고 겨울철 스키장에는 눈에 반사된 햇빛에 의해 얼굴이 타는 건 맞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달빛에도 피부가 탈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일세!"

"그런데 달빛으로는 피부가 타지 않습니다. 반사된 햇빛의 양이 피부를 태울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 생원은 자기의 생각에 맞는 답을 내놓은 동이가 괜히 듬직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어르신, 스키장 눈에 들어온 햇빛은 85%나 그대로 반사되지만 달에 들어온 햇빛은 7% 정도만 반사돼요. 달의 표면에 있는 암석이 햇빛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달빛에 얼굴이 타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조 선달은 풀이 죽었다.
좋은 장사거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낮에 사람이나 물건을 보는 건 사물에 반사된 햇빛을 보는 건데요. 만약 햇빛의 강도와 상관없이 모든 햇빛에 피부가 탄다면 사람들이 모두 흑인처럼 새카맣게 탔을지도 몰라요."

"알았네. 선크림 말고 다른 걸 생각해야겠어."

"허허. 그래도 자네의 상상력 하나는 알아줘야겠네. 달빛에 얼굴이 탄다고 생각하다니! 자넨 꼭 성공할 거야."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자료: 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