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 선진화 포럼] “비빔밥 같은 글로컬라이제이션 상품 개발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20 17:58

수정 2011.10.20 17:58

"더 넓은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선 더 멀리 봐야 한다."

파이낸셜뉴스가 2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제4회 유통선진화 포럼 제2세션 강연자들이 입을 모은 한국 유통·식음료업계가 나아갈 글로벌 진출 전략이다.

"해외 진출 시 내수만을 고집할 때보다 매출 성장률은 둔화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개선된다. 단기 매출 증대에만 급급해 해외시장을 소홀히 하거나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당장의 투자를 멈추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도 강연자들의 공통된 화두였다.

이승창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국내 브랜드의 세계 진출 성공전략은'이라는 발표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통산업 비중이 11.5%, 11.3%, 13.3%인 데 비해 한국은 2007년 8.3%에서 2009년 7.7%로 낮아졌다"며 "이는 2000년 9.6%에서 매년 비중이 축소된 결과로 한국시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이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한 것.

이 고문은 또 "세계 경제에서 유통산업의 비중은 18.1%이고 세계 250대 유통기업 중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이 30%에 달하는데 국내 기업은 아직도 재래시장과 싸우려고 한다"며 유통기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제4회 유통선진화포럼'에 참석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권성철 파이낸셜뉴스 사장, 남선우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이결 샘표식품 고문, 설도원 홈플러스 부사장, 한상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상근부회장(오른쪽부터)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한식세계화 전도사인 노희영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은 세계화에 있어 브랜드 정체성 수립의 중요성과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한국적인 대신 외국인에게 익숙한 것을 도입해야 한다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을 강조했다.

문화를 수출하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들에게 수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K팝 열풍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한국 브랜드에 선호도를 높인 것이 그 예다.

노 고문은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디즈니랜드와 맥도널드였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맥도널드를 꿈꾸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비빔밥이었다고 회고했다.

일식, 중식, 프렌치 요리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요리는 조리된 음식에 별도의 소스가 반드시 있다. 국내 된장찌개 등은 소스를 개인 취향에 맞게 조절하기 어려운데 비해 비빔밥은 그것이 가능한 메뉴이기에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노 고문의 강연 골자다.

그는 "일본은 발효된 김치를 먹지 않는다. 그들을 위한 김치가 따로 있는 해외에서는 그들이 돈을 지불하고 먹을 가치를 분명히 제공해야 한다"며 "무조건 해외의 것을 카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되 현지에 익숙한 것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다가 전 세계에서 나일론백을 유행시킬 때 구찌나 루이뷔통이 이런 제품을 만들지 않았던 것은 정체성을 살린 사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화, 패션트렌드, 최신 음악 같은 문화를 셰프들이 꿰고 있어야 하고 비비고다운, 또는 빕스 다운 컬러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토종 브랜드 세계화 어디까지 왔나'를 강연한 박문기 브랜드38연구소 소장은 해외진출 시 브랜드가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그는 "앙드레김은 45세부터 곤색양복에서 화이트 의복으로 바꾸며 변화를 선택했고 그만의 특별함을 가지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발돋움했다"며 "초코파이가 컬러를 블루에서 중국에 진출하며 레드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가집 김치가 한국에서는 통하지만 외국인들이 종가의 개념을 몰라 브랜드를 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토종 브랜드가 세계화되기 위한 조건을 그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라, 목표에 맞는 목표고객을 명확하게 설정하라, 목표고객에게 적합한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설정하라"는 세 가지로 꼽았다.

그루폰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 해외 진출을 택하기보다 설립 초기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었기에 3년 만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올해 러시아, 남미는 물론 한국까지 진출한 그루폰 역시 변화와 현지화에 초점을 두었다. 또 현지를 가장 잘 아는 인력을 중용하고 현지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짧은 기간 해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동구 그루폰코리아 부사장은 "그루폰은 3년간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진입 시장 내에서 반드시 1위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명제를 세웠다"며 "글로벌기업의 오너가 할 일은 진출 국가에서의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해당 국가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이라며 현지화 노력을 피력했다.

/박승덕 팀장(차장) 최갑천 유현희 김은진기자(이상 생활과학부) 박소현기자(사회부) 박지영기자(건설부동산부)박범준 김범석기자(이상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