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유출 및 보호와 관련해 법조계, 수사기관 전문가들은 산업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민·형사상 절차 이외에도 증거보전 등의 신속한 대책이 논의 및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가처분 신청, 본안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술이 계속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기술유출에 따른 가해 기업의 적발, 법정 분쟁 등에 치중하던 방식에서 탈피, 피해 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과 함께 가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기술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학계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예방으로 보안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보안정책 의지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찰청 이재훈 외사수사계장은 3일 산업기술보호 활동에 있어 '사후 수사 중심의 대응'방식에서 탈피해 '가해 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 제재와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 지원'으로 경찰의 활동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장은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수사성과를 위해 '도둑 또는 기술유출자를 잡아도 피해는 회복될 수 없다'는 피해 업체의 애로사항과 경찰 수사대 구성원들의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계장은 앞으로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 국세청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기술유출 가해 기업의 생산·수출·수입 제재는 물론 불법수익 조사 등 입체적인 제재를 유도, 범죄 비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사전에 범죄행위를 포기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 '기술안전 진단'을 통해 피해 재발방지와 민사소송 지원 등의 실질적인 구제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도 기업 일선에서는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구제 가능성이 작고 수사 기간 중 오히려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가해 기업에 대한 실효적 제재가 부족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면서 "하지만 수사를 통해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 회복에 도움을 얻는 동시에 회사 내외에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식을 심어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특히 "경찰에서는 피해 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를 일선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의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서울 등 전국 8개 지방경찰청에서 활동 중이며 올해부터는 산업기술유출 신고·상담전화(1566-0112)를 운영, 기술유출에 대한 피해 상담·수사의뢰·제보 등을 접수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지현 변호사는 기술유출과 관련, 영업비밀 분쟁의 특성상 피해 기업의 가처분 신청은 실제 유효 적절한 수단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가처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증거보전 등 현상 동결이 아니라 본안소송과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가처분이 진행되는 동안 기술이 유출되거나 오히려 침해 기업이 관련 증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기술유출 관련 민·형사적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민·형사상 신속한 증거 확보 및 보전 절차와 법원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그는 "쟁점이 되는 기술내용을 법원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 기술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들은 복잡한 이슈를 찾고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는 형사절차상 압수수색과 같이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중단시키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민사적으로는 증거보전 절차와 같은 신속한 절차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기술유출을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 기업의 구제를 위해서는 "기술유출 및 침해로 얻은 이익액,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줄어둔 판매량에 상응하는 이익액, 침해된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한 손해액 등을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만으로는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보안협의회 회장인 최진혁 대전대 경찰학교 교수는 산업기술 유출의 가장 무서운 위협은 '보안'에 대한 '무관심' '심적 저항'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보안이 그 기업의 비즈니스를 도와주기 위한 현명한 조치라는 인식보다는 인적 또는 재정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실효성 있는 보안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안정책은 항상 최우선순위를 가지고 마련돼야 하며 명문화된 보안정책의 실행을 통해 기업은 그 구성원들에게 보안전략 및 자산 보호에 관한 준거 표준을 제시하고 보안 프로그램 수립을 위한 기준점 및 초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보안 프로그램은 내부 자산 및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보안전략 수립을 위해 제공되는 모든 영역의 활동, 자원 및 서비스를 총칭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보안 프로그램의 수립 및 원활한 이행을 이해서는 우선 보호돼야 할 자산을 확인하고 그 중요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은 조직 또는 그 자산에 미칠 수 있는 위험 및 영향을 평가·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비용과 효과 측면을 고려한 효율적이고 적정한 보안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 CEO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보안 정책 정립을 위한 7가지 선결과제로 △최고경영자와 구성원들이 보안의 가치 인식 △'인적 자산'의 중요성에 주목 △직무 성취도를 통해 보안 관련 투자의 필요성 정당화 △자산에 대한 위해요소 명확히 인지·수요 파악에 유념 △최고관리자 층의 경영적 시각 이해 △보안이 목표달성과 이윤 창출에 기여함을 구체적으로 제시 △보안을 '문화현상'으로 정착할 것 등을 제시했다.
/pio@fnnews.com박인옥 김성환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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