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갑상선 전절제술(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와 수술담당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병원 측은 4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저산소증 따른 뇌기능장애 원인 사망
법원에 따르면 2009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A씨는 같은 해 5월1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은 후 오후 1시40분경 회복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5시30분경 A씨가 수술부위에 출혈과 부종(부어오름)이 생겨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자 의료진은 곧바로 수술부위를 절개, 다량의 혈종을 제거한 후 산소공급을 위해 1차로 기도삽관(폐에 가까운 기관에 산소를 직접 공급하기 위해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약 5분 후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자 의료진은 2차로 기도삽관을 실시했고 25분이 지나 산소포화도가 99%를 기록, A씨는 회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A씨의 뇌는 장시간 저산소증에 노출돼 중증도의 뇌기능 장애가 남게 됐고, A씨는 의식개선 없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술 한 달 뒤인 2009년 6월 주요 장기들이 동시에 나빠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을 직접사인으로 사망했다.
저산소증 상태가 5분 이상 지속되면 후유증이 심각해 뇌기능이 회복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흡곤란 증상 대처 못한 병원 책임 인정
이에 A씨 유족들은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 조심스럽게 종양을 제거해야 하고 출혈발생 시에도 주의 깊게 지혈을 해야하는데도 병원 측이 이를 게을리 한 만큼 4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저산소증이 발생한 경우 병원으로서는 적절한 위치에 기도삽관이 시행됐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의료진이 1차 기도삽관 후 별다른 확인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결국 A씨의 뇌가 장시간 저산소증에 노출됐고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차 기도삽관 이후에도 A씨의 산소포화도가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1차 기도삽관의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는 병원 측 주장에 대해서도 “1차 기도삽관 이후에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하고 저혈압 상태가 지속되는 등 심폐기능이 약화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갑상선 절제술의 경우 모든 출혈을 막을 수는 없고 지혈 후 혈종이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 점 등을 감안, 병원 측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추가적으로 “1차 기도삽관 직전 A씨의 산소포화도는 72%에 불과할 정도로 이미 목 부위에 심한 부종과 출혈로 호흡이 곤란해진 상태였음에도 의료진이 이전 2시간 동안에 이에 대한 변화를 관찰했다는 아무런 진료기록이 없다”며 “의료진은 수술 후 환자의 경과관찰 및 호흡곤란 증세에 대한 처치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의사로서의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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