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채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및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길트의 수익률(2.15%)은 독일 국채 분트(2.11%) 수준까지 떨어졌다. 종전 각국 국채의 수익률이 각각 3.75%, 2.25%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길트의 수익률 하락폭은 훨씬 크다.
길트의 수익률은 지난 199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저치다.
5년 만기 수익률은 영국채가 독일채를 밑돌았다.
에프엑스프로의 트레이더 마이클 덕스는 "(길트 금리가 분트 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라며 "2009년에도 3월 잠시 나타났을 뿐이며 그 전에는 2000년에 단기간 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간 분트 수익률은 길트보다 평균 80bp(100bp=1%)가량 높았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분트에 대한 위험노출(익스포저)마저 줄이는 실정이다.
이들은 향후 독일이 인근 재정위기국에 구제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은 유로존에 속하지 않아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아도 돼 국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1조5300억엔(약 22조8600억원)어치의 길트를 사들여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세이의 수석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쿠니베 신지는 "안전자산으로 영국 국채를 선호한다"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이처럼 계속 몰리면 독일(국채도 매각 대상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길트가 미국 국채, 스웨덴 국채와 함께 안전자산에 합류했다고 분석했다.
로이드뱅크의 고정수입전략가 에릭 원드는 "분트 매입을 원치 않는다면 무엇을 살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첫번째 선택은 미 국채이고 그 다음으로 최고의 선택은 길트"라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이제 더 이상 분트가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여기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ys8584@fnnews.com김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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