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 ‘영어유치원’ 아직도 판친다

이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1 08:28

수정 2011.12.01 08:28

▲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 영어학원은 내년도 입학설명회 시즌인 요즘 "000이라면 영어유치원도 다릅니다"라고 홍보 문구를 내걸고, 신입원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유아교육법 제32조는 관할청은 유치원 설립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유치원의 명칭을 사용한 자에 대해 그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A 영어학원의 2012학년도 1학기 입학설명회. 입학설명회 자료에는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이 표기되지 않았지만, 설명회가 진행되는 교육장 입구에는 ‘영어유치원’을 강조한 엑스배너가 버젓이 설치돼 있었다. 또 이 영어학원의 공식 사이트에도 엑스배너에 쓰였던 문구가 게재돼 있었다.

A 영어학원은 교육과정과 시설을 설명하면서도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영어유치원이기 때문에 영어뿐만 아니라 체육, 한글 등 유치원 단계에서 필요한 내용을 학습한다” 등 부모들에게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엄마들이 자주 찾는 자녀 영어교육 커뮤니티로 유명한 B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초기화면에만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이 무려 16번 언급되고 있었다.
‘영어유치원’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는 영문 명칭 ‘프리스쿨’(preschool),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사용해 학원 이름을 지은 곳도 적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도 ‘○○프리스쿨’, ‘프리스쿨△△△△’, ‘□□킨더가르텐’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 영어유치원 명칭 사용하면 법 위반

현행 유아교육법 제32조에 따르면 관할청은 유치원 설립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유치원의 명칭을 사용한 자에 대해 그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고액 수업료를 챙기는 영어학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들이 더 이상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유치원 형태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보다 법을 강화하는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1학기 입학설명회 시즌인 요즘 상당수의 영어학원들은 여전히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관련 보다 강화된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사이, 일부 학원은 ‘영어학원 유치부’, ‘유아대상 영어학원’ 등 올바른 표현을 쓰기 위해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는 반면,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학원들은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을 교묘히 써가며 원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만 3~5세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유치원 설립인가 없이 영어유치원(같은 의미의 외국어표현 포함)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유치원 형태로 학원을 운영하면 과태료 부과 및 폐쇄 명령을 취하겠다’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입법예고, 규제개혁심사 등을 마치고, 지난 10월 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영어학원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홍보ㆍ광고할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유치원 형태로 운영할 경우는 폐쇄 조치가 내려진다.

◇ 불법 뿌리 뽑기 위해 법규정 강화 추진 중

이렇듯 영어학원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규제 강화방안 마련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부 영어학원들이 여전히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이 갖고 있는 이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그만큼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영어유치원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반화됐다”며 “현재 해당 학원관계자나 경쟁학원에서 민원이 들어올 경우,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벌점 및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행정지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일단 영어유치원은 학원이며, 학원은 유치원보다 관리하는 것이 덜 엄격하다”고 설명한 뒤, “영어유치원이란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학부모에게 ‘이곳에 보내면 유치원과정도 배울 수 있겠구나’라는 혼란을 야기한다. 이에 유아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인 교과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유아교육법 제32조에 따라 폐쇄를 명하고 있는데, 운영자가 벌금만 내고 무인가로 계속 운영하고 있는 등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서 보완하는 차원에서 좀 더 실효적인 내용을 담은 조항을 신설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반적인 실태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치원 측은 이번 법 개정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영어교육 붐이 일면서 상대적으로 영어프로그램이 잘 마련된 영어학원을 선호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졌다.
아직까지 정확히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그래서 영어교육에 중점을 둔 부모님들은 자녀를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공립과 사립, 모든 유치원에서 방과 후 과정으로 특성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만큼 좀 더 내용을 충실히 하고 활성화 시킨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또 정부가 먼저 법안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니,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sh.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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