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양치기 소년’ 되어버린 농협/김영권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4 17:05

수정 2014.11.20 12:07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잘못된 부분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다는 의미인데 최근 농협 전산사고를 보면 꼭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지난 4월 농협은 대규모 전산장애로 수많은 고객이 한 달 가까이 불편을 겪었다. 이후 농협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5000억원가량을 보안 강화에 투자키로 했지만 5월에도 인터넷뱅킹과 자동입출금기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이 같은 말이 무색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 2일과 3일 또다시 전산장애가 일어났다.



농협에 따르면 일부 프로그램 오류로 2일 오전 0시42분부터 3시54분까지 계좌이체 등을 포함한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체크카드 결제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고객 1만6518명의 2만5539계좌가 '인터넷 미등록 계좌'로 처리돼 전산 거래가 중지됐다. 당시 농협이 내놓은 해명은 "프로그램 장애에 따른 것으로 재발할 일은 없다"였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에도 인터넷 뱅킹과 ATM, 체크카드 결제 등이 또 멈췄다. 이 시각에 서비스를 이용하려던 고객 9400명이 불편을 겪었다. 이유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 오류였다. 농협은 이미 지난 4월 전산장애 때도 "더 이상 전산사고는 없다"며 호언 장담했다.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다.

금융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특히 내년 3월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는 우리나라 '빅5' 금융지주사가 된다.
은행만 보면 농협은행(192조원)은 국민(271조원), 우리(240조원), 신한은행(234조원)에 이어 업계 4위다. 연이은 사고로 농협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금융권 대표주자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