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신중’ 전자명찰까지 등장…노약자석은 분쟁 中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9 13:05

수정 2011.12.09 11:17

지난 3일 노인을 향해 폭언을 퍼붓는 ‘9호선 막말녀’ 영상이 전해져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논쟁의 불씨는 ‘노약자석’ 이었다. 임신부라며 앉아 있던 젊은 여성과 옆으로 좀 비켜달라던 노인이 갈등을 빚은 것이다.

노약자석에서 다양한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 중 대다수는 위 사례처럼 “젊은 사람이 왜 노약자석에 앉느냐”고 하는 경우다. 지난 2008년 1월 지하철 3호선에서는 몸살기운이 심해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한 젊은 여성을 폭행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 3월 지하철 2호선에서는 60대 남성 고모씨(67)가 임신부 정모씨(30)를 향해 “젊은 아가씨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냐”고 노발대발하며 왼쪽 허벅지를 때려 불구속입건 되기도 했다.


‘임신중’ 전자명찰 차고 출근하는 여성 동영상 바로가기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일부 노인들이 ‘노약자석=노인석’으로 인식하기 때문. 하지만 통상적으로 노약자석은 노인 외에 임신부, 장애인, 아이도 앉을 수 있게돼 있어 서로 간의 ‘인식 차이’ 때문에 자리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초기 임신부의 경우 피로를 쉽게 느끼고 유산 위험성이 높아 배려 받아야 하지만 배부른 티도 나지 않아 노약자석 이용시 대다수가 ‘눈치’ 보는게 현실이다. 임신부 유모씨(31)는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서 노약자석에 앉은 적이 있는데 노인 분들이 타시니 마음이 불편해 앉아있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지난 7일 한 시민이 ‘임신중’ 전자명찰을 차고 출근하는 이를 봤다며 제보한 영상 화면 캡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임신부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노약자석에 앉는 사람도 등장했다. 지난 7일 지하철 노약자석에서는 ‘임신중’이라고 깜빡이는 전자명찰을 가슴에 달고 앉아 있는 ‘임신홍보녀’가 한 시민에 의해 목격됐다.

영상을 촬영한 후 제보한 정모씨는 “가슴에 전자명찰을 차고 출근하는 분을 목격했다”면서 “재밌기도 하지만 임신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란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약자석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임신부 배려석을 핑크색으로 도색해 달라는 한 만삭 임신부의 청원과 1인 시위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월 10일 당시 임신 35주차였던 방모씨는 “임신부 배려석이 경로석이 돼 배려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임산부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서 임신부 임을 드러내기 위한 ‘배지’도 제작했지만 알아보는 이가 적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직장인 박모씨(25)는 “임신부 배지가 있는지도 몰랐을 뿐 아니라 배지를 하고 다니는 임신부도 못 본 것 같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가족건강과의 한 관계자는 “임신부석을 따로 마련하는 방향도 검토해봤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임산부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면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