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영여건이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간접자본(SOC)예산 감소로 공공부문의 공사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건설경기 여건도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올해가 최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10대 건설사의 한 최고경영자)
내수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건설경기가 올해는 살아날 수 있을까. 국내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건설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데다 정부의 SOC예산 축소 및 민간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공사 물량이 줄어 수주 물량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대형 건설사 CEO들은 해외건설 시장 여건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겠지만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설경기 작년보다 악화될 것
2일 파이낸셜뉴스가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 CEO를 대상으로 '2012년 건설산업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건설경기 전망에 대해 8명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2명도 건설경기가 개선되기보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꼽아 지난해보다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최저가 낙찰제 개선해야
올해 국내 건설 총수주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10명 중 7명이 101조∼103조원 수준을 꼽았고 3명은 100조원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 규모를 103조원(잠정치)으로 보고 있다.
건설수주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응답한 CEO들은 "올해 정부가 복지 예산을 늘리는 대신 SOC 예산을 대폭 줄여 공공공사발주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CEO들은 또 올해 공사수주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공종으로 5명이 민간건축, 4명이 공공토목을 꼽았다. 민간건축을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일반인들의 투자 기피 등이 예상돼 민간 건축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해서는 8명이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2명은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 한 CEO는 "최저가낙찰제가 너무 가격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출혈수주로 이어져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가격 이외에 디자인과 환경 등 다른 요소도 함께 평가하는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의 최저가낙찰제 확대(300억원 이상→100억원 이상) 2년 유예안에 대해서는 6명이 찬성했고 4명은 200억원 이상으로 높여 시행하되 불합리한 제도 일부를 개선하는 '절충안+@'를 지지했다.
정부가 민관 공동으로 운영 중인 건설산업공생발전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문과 관련, 10명의 CEO 중 4명이 발주처 및 원하도급 관계 개선이라고 응답했다. 공사물량 확대(2명)와 부정당제재 등 제재처분 개선(2명), 불합리한 입·낙찰제도 개선(2명) 등도 주요 논의해야 할 현안으로 꼽혔다.
■현장인력 부족 해결 정책적 지원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현장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숙련도가 떨어져 품질에 문제가 있다(2명), 외국인 인력 임금이 올라 부담된다(2명),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못해 공사진행에 어려움이 있다(3명)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3명의 CEO는 "내국인이 공사현장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인력도입을 더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CEO들은 "내국인 근로자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불황과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 악화 등으로 여의치 않다"며 "내국인 인력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 중동·남미·아프리카 관심
해외건설 수주와 관련, 올해 수주실적이 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억∼550억달러(3명), 700억달러(1명) 등의 순이다. 지난해 정부목표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CEO들은 여전히 해외건설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국내 건설사간 과당경쟁'을 꼽은 응답자가 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해외공사 수주정보 취득 어려움(2명), 중국 등 후진국들의 저가공세(2명) 등도 국내 업체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 CEO들은 정부가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 마련(5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해외공사 수주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3명), 금융권 지원(2명) 등도 필요한 대책으로 언급됐다.
매력적인 해외시장으로는 중동시장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새로 개척해야 할 유망시장으로는 남미(5명), 아프리카시장(4명) 등이 꼽혔다.
shin@fnnews.com 신홍범 기자
■설문에 응해주신 건설사 CEO(시공능력순)
정수현 현대건설 총괄사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김종인 대림산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 윤석경 SK건설 부회장, 김기동 두산건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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