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고승덕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열린 한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나선 한 후보 측으로부터 현금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는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를 전격 의뢰키로 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고 의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이 정당법 제50조의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오늘 바로 절차를 밟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잘못된 정치문화의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 문제는 국민의 의혹이 확산되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돈봉투에 대한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고 털어놨다.
박 비대위원장의 강경 대응은 부자정당, 차떼기 정당 등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쇄신 노력이 전개되는 와중에 터진 돈봉투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총선과 대선 정국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체 없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비대위 내부에선 이번 총선 전에 경중을 떠나 과거 과오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한다는 지적 아래 당내 경선 기준의 도덕성 및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이 자신에게 돈을 건넨 친이명박계 대표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전직 대표 2명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조짐이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비대위의 '현 정부 실세 용퇴론'과 맞물려 해당 인사의 경우 정계은퇴 등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그동안 공공연하게 전대 과정의 금품 살포설이 구전으로 확산돼오다 이번에 '단순한' 설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서 오히려 이를 계기로 여당 스스로 잘못된 '후진국형' 정치행위를 근절시켜 자정 노력을 통해 '클린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고 의원은 비대위의 검찰 수사 의뢰와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당당하고 성실하게 협조하여 진실을 밝히고 미력하나마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정치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으며, 나름대로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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