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이 국내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인력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건설현장에 젊은 층 유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고령화가 진행됐고 이마저 모자라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역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현장 기피현상으로 지방에서의 현장 근로자 부족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현장의 인력부족 실태와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문제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 필요성, 정부 대책과 개선방안 등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경북 경주지역의 한 터널건설 현장. 이 공사를 맡고 있는 대형건설 A사는 외국인 건설근로자가 없어 공사진행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경기 성남지역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한 건설현장은 현장 건설인력이 모자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불법체류 근로자 고용 사실을 숨기고 임금지급을 위해 내국인 주민등록증 사본까지 이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건설근로자 신분증이 현장에 계속 돌고 있다. 원도급이나 하도급업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묵인하고 있으며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침 작업 전에 매일 30분∼1시간가량 체조와 안전교육, 작업지시를 내리는 것도 아까워 바로 작업에 투입해 안전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건설현장에 '인맥경화(人脈硬化)'가 심각하다.
3D업종으로 분류된 데다 최근 '삽질산업, 토목공화국' 등 건설산업을 비하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건설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내국인들은 아예 현장을 찾지 않고 있고 기대했던 외국인 건설근로자들은 정부의 수입쿼터에 걸려 배정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은 불법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외국 건설인력도 '품귀 현상'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국인 건설인력이 건설현장 취업을 기피하면서 외국인 건설근로자 비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만큼 공급이 뒤따라 주지 않아 건설현장마다 애로를 겪고 있다.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하고 품질저하에 따른 부실시공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 인력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실시한 '2012년 건설현장 외국인력 도입 수요 조사'에 따르면 삼호개발 등 72개사 161개 현장에서 4025명의 외국인 건설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건설사들은 지방의 토목건설현장에서 1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까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찾아 오지만 지방의 산간현장에는 외국인들조차도 기피해 일손이 크게 모자란다"면서 "이 때문에 공사를 제때 완공하기 힘들 정도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업체들은 노무비를 아끼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저가 수주로 인해 하도급대금이 줄어들면서 편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노무비를 아끼고 있다. 수도권의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도급 수주금액을 맞추느라 비용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노무비가 과다하게 낮아져 내국인보다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숙련도 낮아 품질 저하 우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만 높아질 뿐 기술적인 면에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건설업체 종사자 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숙련공의 경우 내국인은 1일 평균 12만4000원이고 조선족 동포는 11만3000원으로 9000원 차이다. 비숙련공은 내국인 8만6000원, 조선족 동포 8만1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숙련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 국내 인력 대비 외국인력 기능 수준은 조선족의 경우 숙련 76.3%, 비숙련 77.8%이며, 조선족 외의 외국인은 숙련 70.8%, 비숙련은 69.4%로 더욱 낮다.
B사 현장 책임자는 "시방서에 철근 결속률 50%라고 할 경우 내국인은 50%를 규정대로 묶는 데 반해 외국인 근로자는 20%도 안묶는다"며 "이 때문에 현장 근로자들이 일일이 다시 손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이 끝나면 내국인들은 사용하던 연장을 한곳에 모아 놓고 퇴근하지만 외국인들은 아무데나 놓고 가버리는 등 책임의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당장 노무비를 절약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지만 품질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 사상섭 회원지원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내국인들이 건설현장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내국인 취업 우대정책으로 올해 건설근로자 외국인 취업 쿼터가 1600명밖에 안돼 건설현장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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