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한국증권법학회가 제시한 용역 결과에 대해 실제 제도개선에 반영할 만한 내용이 적지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장기적 과제 수립을 위해 지난해 5월 한국증권법학회에 '상장제도 선진화 로드맵' 연구 용역을 의뢰, 최근 그 결과물을 받았다. 이 용역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국내 투자자 보호안이 담긴 상장제도 개선안과는 별도로 추진되는 과제였다. 증권법학회는 주요 정책과제로 △외국기업 분리 상장 △신형 초기기업을 위한 신시장 창설 △상장사 진입과 유지·퇴출 심사 시 기업지배구조 요건 도입 등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의무보호예수제도 개선 등과 대체거래소(ATS) 도입 이후 시나리오별 상황을 정리했다.
■전향적 내용들 쏟아져
학회는 우선 개선할 사안 중 하나로 국내 의무보호예수제도를 꼽았다. 의무보호예수는 상장 이후 주식을 보관(예탁)한 후 규정에 따라 매도제한 기간 주식매각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보고서는 "의무보호예수에 의해 주식 매각제한이 강제적 또는 일률적으로 이뤄져 보호예수가 시장친화적이지 못하고 금융시장 중개업자의 자발적 모니터링(감시)도 이뤄지지 않아 매각제한의 실효성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호예수의 과잉규제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고 보호예수 범위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의무보호예수제도는 신고된 증권의 유통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재산권 침해 논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보호예수계약을 자율화하는 한편 보호예수 기간 중 처분행위(예약매매 등)를 공시 대상으로 설정, 이를 어길 시 자본시장법상의 공시의무 위반 또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 처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거래소 측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외국주식 상장 문제의 경우 중국고섬 등 외국 기업에 따른 국내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 단기적으로 가칭 '외국기업 유가증권시장'을 별도 구분해 상장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증권법학회는 미국과 영국거래소에서도 중국기업의 특징을 인정해 상장하고 있어 우리도 더 이상 거부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 기업들만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하고 보수적인 수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분리된 거래 보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차원에서 상장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로드맵 자문을 한 것으로 향후 (이들 의견이) 반영될 수도 있다"며 "당장 100%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래소 내 상장 부서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설, 탄력받나
학회가 제시한 '혁신형 초기기업 신시장' 설립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했던 '제3시장'과 내용이 유사하다.
특히 학회의 제안은 금융위 발표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금융당국과의 입장이 일치하면서 향후 새로운 시장 형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중소기업 주식 전문투자자시장'이란 '제3시장'을 만들어 코스닥 상장 이전 단계의 중소기업이 벤처자본을 공급받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회는 코스닥시장에 유입된 벤처투자 자본들이 역동성과 성장성을 크게 개선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선호하고 있어 '혁신형 초기기업 신시장'은 이들 자본의 새로운 유입처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대상도 업력이 오래된 중견기업이나 창업초기단계 기업이 중심이다. 혁신형 초기기업 시장은 거래소 내 별도의 신시장으로 설립해 향후 기존 17개 신성장동력시장과 프리보드의 틈새시장으로 부각시켜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학회는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ESG) 관련 공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공시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시작으로 공시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TS 도입 이후 상장 기능이 재편될 것을 우려하는 대목도 눈에 띄었다. ATS 허용은 불가피한 환경 변화를 이끌 것으로 우려하면서 복수거래소 허용까지 가정, 상장경쟁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책을 주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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