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활기를 잃자 손해를 감수하고 거래를 청산하는 투자자가 늘어 트레이더들이 돈을 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주 엔·달러 환율 변동폭은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작았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31일 일본은행(BOJ)이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 이후 줄곧 1달러당 76.7엔 수준을 맴돌고 있다.
당시 BOJ의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75.55엔에서 79.51엔으로 상승(엔 가치 하락)했지만 금새 이전 수준인 76.7엔대로 복귀했다.
한 투자은행의 외환 트레이더는 "지난 2개월간 엔 트레이더는 아예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 기관투자자와 기업의 청개구리 행보 탓이다.
일본 기관투자자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 몇개월째 해외자산을 대거 팔아치웠다. 지난 몇년간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해외자산 사냥에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
일본 기관투자자의 해외자산 처분 바람은 엔이 받는 매도 압력을 누그러뜨렸다.
지난해 1~3월 4조5000억엔(약 67조4000억원)이 일본 기관투자자로부터 순유출됐지만 3월 이후로는 4000억엔(약 5조9900억원)이 순유입됐다.
엔고로 인한 수출 저하도 엔·달러 환율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일본 기업은 보통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엔으로 바꾸는 식으로 환율을 지지했다. 하지만 엔 가치 급등으로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달러 수입이 급감했다. 엔 가치가 오르면 수출품 가격이 올라 매출이 줄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세계경제가 안정 조짐을 보이면 엔 매수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선진국 금리가 오르면 제로(0) 금리 기조인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엔 매도)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면 엔 가치가 하락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엔·달러 환율의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일부 투자자는 손실을 떠안고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JP모간의 리처드 어셔 외환 투자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거래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BOJ가 다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도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BOJ의 개입은 엔·달러 환율 하락세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엔·달러 환율이 75엔을 밑돌면 BOJ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의 교착상태가 '폭풍 전 고요'와 같다며 숨을 죽이고 있다. 어셔는 "지금처럼 낮은 변동성은 엔·달러 환율 움직임의 전조였다"고 말했다.
raskol@fnnews.com 김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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