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란국죽(梅蘭菊竹)은 예부터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져 사대부들의 글과 그림에 자주 등장했다. 특히 깊은 숲속에 피어나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보내는 난과 쉽게 부러지지 않는 강직한 특성의 대나무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군자의 삶과 품성을 표상했다.
구한말과 개화기에 활동한 소호 김응원(小湖 金應元·1855~1921)과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1868~1933)의 난 그림과 대나무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 미술의 뿌리찾기 작업에 관심을 보여온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대표 우찬규)가 임진년 새해 첫 전시로 기획한 '소호와 해강의 난죽'전이다.
오는 2월 1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소호의 난 그림 20점과 해강의 대나무 그림 13점, 그리고 두 사람이 합작한 '묵죽도' 1점 등 총 34점의 작품이 나왔다.
소호 김응원의 난은 구한말 묵란으로 이름을 날렸던 석파 이하응의 그것과 비견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난의 동세(動勢)가 활달하고 날렵해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소호의 난은 이른바 '소호란'이라 일컬어지는 묵란의 새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다. 또 굵은 통죽을 특히 잘 그렸던 해강 김규진의 묵죽은 자유분방하고 힘 있는 필치가 선비의 기상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나 아직은 평가가 인색한 편이다.
학고재 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09년 '한국 근대서화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전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면서 "앞으로도 근대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통해 근대서화의 양식과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이 시기의 작가를 발굴.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02)720-1524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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