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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폐족의 부활, 명가의 몰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18 09:01

수정 2012.01.18 09:01

부활한 폐족(廢族)이 장안의 화제다.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 친노 세력의 부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2007년 대선 패배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현 충남지사)는 "친노는 폐족이다. 죄 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다"라고 한탄했다. 그런 안씨는 재작년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경남지사)·이광재(강원지사)씨와 함께 친노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민주통합당 당권마저 친노 세력이 '접수'했으니 과연 폐족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역사상 폐족에 관한 언급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단연 돋보인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학연(學淵)·학유(學游)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폐족이라고 기죽지 말 것을 당부한다.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왜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느냐. 영원히 폐족으로 지낼 작정이냐.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聖人)이 되는 일이야 꺼릴 것이 없지 않느냐."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당시 다산 집안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일사이적(一死 二謫), 한 사람은 죽고 두 사람은 귀양살이, 동포(同胞) 형제이던 정약전, 약종, 약용 3형제가 1801년 신유년 초봄에 당한 역사적 비극의 실체였습니다. 더구나 누나의 남편인 이승훈이 참수당해 그 집안도 망했고, 조카사위 황사영의 집안도 멸문지화를 당해 파멸해버리고 말았던 다산 집안이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다산은 폐족 가운데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왔다며 두 아들에게 학문에 정진할 것을 가르친다. 둘째 학유의 주량을 경계한 글엔 슬며시 웃음이 난다. "왜 글 공부에는 아비의 성벽을 계승하지 못하고 술만은 이 애비를 넘기느냐… 폐족의 집안으로 못된 술주정뱅이의 이름까지 얻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과연 두 아들은 추사 김정희 등 당대의 학자들과 교유하는 큰 학자로 성장한다.

친노가 소생한 건 맞지만 전통의 명가로 거듭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건 4월 총선, 12월 대선이 끝나봐야 안다.
흥미로운 것은 친노를 폐족으로 몰아넣었던 친이계의 몰락이다. 벌써부터 친이계판 폐족 운운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5년 만에 뒤바뀐 운명의 장난이 얄궂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