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정치권 일각의 출총제 부활 논의에 대해 "지금 이대로 가선 안된다"며 이명박 정부 집권 초반인 2009년 3월 출총제가 폐지된 이후 대기업 독식 구조 현상 심화에 대한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그는 "출총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逆)차별을 막고 성장 동력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출총제를 폐지했지만 대기업들에 의해 남용되는 부분이 있다. 장점을 살리되 남용되는 부분에 대해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출총제 보완의 전제조건으로 재벌의 사익 남용 방지를 내걸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즉 사회적 약자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대기업의 미래성장동력 강화를 비롯해 산업화 발전과정에 대한 그간의 공적은 인정하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중산층 복원'이라는 대전제가 훼손되는 것까지는 두고볼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생각중"이라고 밝혀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출총제 보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출총제 폐지 이후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으로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잃으면서 '부(富)의 쏠림' 현상은 물론 대·중소기업 간 및 사회적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는 만큼 출총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여야간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의 언급은 당초 출총제 폐지의 명분인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적 기대효과를 살리면서도 떡볶이, 순대, 제과 등 기존 중소기업 영역까지 무차별적으로 대기업이 진출하는 데 대해선 출총제 보완을 통해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기업 규제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말은 많았지만 시행되지 않은 게 많다. 오히려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 뒤 "'편 가르기'를 해선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 약자를 지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와 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편중된 왜곡된 경제구조 해소와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은 "(관련 법령 등을 위반했을 경우엔) '솜방망이'식으로 처벌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이득을 위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것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론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양극화만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 총수의 고질적 병폐로 분류되는 탈세, 공금 횡령, 비자금 조성 등 현행법 위반행위와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기업 활동 저하를 초래하고 사회적 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미 한나라당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도 출총제 부활문제를 비롯해 공정거래연구소 설립, 계열사 수익부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 등을 논의중에 있다. 한나라당 내부 등에서도 출총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18대 국회에서 잘못한 일 중 하나가 출총제 폐지"라며 "외국투자회사와의 형평성 문제, 대기업 투자촉진 등이 이유였으나 결과적으론 회장 손녀 빵 회사가 상징하는 중소기업 죽이기식 문어발 확장으로 서민경제만 파탄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태근 의원도 전날 "18대 국회 의정활동에서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가 당시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며 출총제의 부활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최근 4대 재벌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딸과 손자들은 서민들의 빵집을 경쟁적으로 잡아먹고 있는 실정"이라며 "출총제가 지금도 많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시장 잠식을 멈추지 않는 재벌 기업의 탐욕을 막는데 유용한 제도라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 측은 출총제 부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출총제 폐지로 재벌그룹의 경제력이 집중됐다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지적에 "출총제 폐지로 재벌그룹의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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