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맞춤형 복지'는 복지 누수 경계하라

파이낸셜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남양주 희망케어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맞춤형 복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맞춤형 복지의 성격을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똑같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우선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맞춤형 복지를 펼치겠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 복지정책의 기조를 '보편적 복지'보다 '맞춤형 복지'에 두었다면 그것을 실천할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 다음 단계로 할 일이다. 보편적 복지는 법적 제도적 장치만 갖추어 놓으면 대체로 저절로 굴러가겠지만 맞춤형 복지는 수혜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선별해야 한다. 복지 수혜의 유자격 여부를 따지는 작업은 자연히 행정 수요의 폭증을 가져온다.

 확대일로에 있는 복지예산은 2012년의 경우 92조원을 넘어 정부 총지출의 28.2%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혜자도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 지출의 최대 분야에서 광범위한 비효율이 발생한다면 혈세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작년 9월 감사원이 근로복지 지원금 분야만 조사한 것을 봐도 1413개 사업장에서 111억원의 고용보험기금 누수 사례가 적발됐다. 누수의 형태도 기기묘묘하다. 취업 사실 숨기기, 허위 근로자 편성하기, 중복 신고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가짜 맞춤형 복지 수혜대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단 수혜대상에 들면 갖가지 지원금이 쏟아져 들어와 차상위 계층보다도 더 잘사는 '빈곤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맞춤형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수혜대상 자격을 억지로 유지하려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업수당을 받으려고 취업을 기피하는 망국적 복지병이 한국에서도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쯤 되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 공정·평등 사회를 건설한다는 복지의 참 뜻은 크게 손상된다. 맞춤형 복지는 마땅히 복지 누수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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