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소송 ‘결정적 카드’ 있다
지금까지 미국 애플사와의 소송에서 이렇다 할 승리가 없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삼성전자가 통신표준 기술료 지급 등을 앞세워 애플과의 소송에서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베이스밴드칩(모뎀칩) 관련 계약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애플이 퀄컴 또는 인피니언 등의 모뎀칩을 구입해 썼더라도 삼성전자 통신표준 특허에 대한 비용정산을 마쳤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스밴드칩 계약에서는 칩 비용과 별도로 통신표준 기술에 대한 비용을 구매업체가 원천기술 보유자에 주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하자면 퀄컴.인피니언 등의 모뎀칩은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통신표준 기술을 포함해 만든 것이고, 애플이 이들 칩을 구입해 썼을 때 삼성전자에 별도 기술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신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회사 모뎀칩을 썼다고 해서 삼성전자 특허가 소진됐다고 할 수 없다"며 "소송전략과 관련이 있어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우리는 분명하게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애플-퀄컴 간 모뎀칩 계약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지방법원이 삼성전자 요구를 받아들여 애플.퀄컴의 계약서를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 이 계약서 안에 통신표준 특허에 대한 사용료는 칩 계약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는 미국 모토로라모빌리티는 통신표준 특허를 가지고 애플을 상당히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말 모토로라에 진 애플은 이달 초 '아이폰' 등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가 항소 법원에서 겨우 유예조치를 받았다. 모토로라는 독일에서 총액 1조원이 넘는 애플 기기 매출의 2.25%를 기술료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통신표준 특허에 대해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애플은 모토로라 소송전과 비슷한 수준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표준 기술을 비용지불 없이 써왔다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기술은 누구나 공정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조항에 걸려 있어, 법원이 애플 제품에 대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애플이 기술료를 내지 않고 해당 기술을 써왔기 때문에 양측이 협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미국이나 네덜란드에서 통신표준 특허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기술료를 요구하며, 모토로라에 이어 또 한 번 애플을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email protected] 권해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