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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이 필드에서 만난 사람] 유동근·전인화 부부,연기처럼 골프실력도 '부창부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7:56

수정 2012.02.19 17:56

[김운용이 필드에서 만난 사람] 유동근·전인화 부부,연기처럼 골프실력도 '부창부수'

 '금실지락(琴瑟之樂).'

 부부애가 유달리 좋은 커플을 일컫는 한자성어로 2년여 전인 2010년 8월에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첫 만남을 가진 유동근·전인화 부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들 부부는 영락없는 거문고와 비파의 관계였다. 각각의 고유의 소리가 있지만 한소리를 낼 때 상대의 독특성을 부각시켜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금슬'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남녀 연기자이지만 각자의 목소리를 죽이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오늘의 이들 부부를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부와의 라운드가 유쾌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부부의 골프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급이다. 베스트 스코어가 68타인 유동근씨는 모 의류브랜드가 주최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서기도 했다. 이날도 예외 없이 호쾌하면서도 정교한 드라이브샷으로 웬만큼 골프 친다는 소리를 듣는 필자를 긴장시켰다. 전인화씨도 남편 못지않은 골프 실력을 자랑했다. 해슬리 나인브릿지의 레이디 티잉그라운드 핸디캡 1번인 17번홀에서 장타를 앞세워 버디를 가볍게 잡는 모습에서 '골프 또한 부창부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동근씨가 골프채를 처음 잡기 시작한 것은 데뷔 4년째인 1983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다. 일곱 차례에 걸친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유씨는 2년여의 병원 생활을 마칠 무렵 담당 의사로부터 재활 목적으로 골프를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던 것. 당시 KBS 별관 앞에 있던 연습장에서 골프를 시작한 유씨는 입문 1년 만에 80타를 깼다. "이 사람의 인내와 의지는 옆에서 보면 놀라울 정도"라는 아내의 말처럼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 마는 그의 성격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후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골프가 됐다. 다시 말해 골프가 그의 제2 인생을 열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동근씨는 "골프 입문 20년을 목전에 둔 지금에서야 골프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클럽 하우스의 인테리어도 보이고 코스는 물론 주변 풍광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엔 공을 따라다니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제가 필드에서 공을 몰아가는 재미를 느낀다"며 "연기도 골프와 비슷한 것 같아요. 과거 무작정 대본을 써주는 대로 연기했지만 지금은 연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골프를 통해 여유와 달관을 배워가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결코 쉽지 않은 대스타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전인화씨는 남편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1989년에 결혼하자마자 유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 연습장을 찾았던 것. 처음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에 힘입어 지금은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의 골프 마니아가 됐다. 전씨는 "아마 우리만큼 부부 동반 라운드를 많이 한 커플도 없을 거예요. 남편은 제가 미스샷을 해도 '굿샷'이라고 칭찬해요. 그래서 처음엔 제가 골프를 정말 잘 치는 줄 알았어요(웃음)"라고 말한다. 그런 남편 덕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전씨는 "부부끼리 골프를 함께 하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 골프문화도 그렇게 정착되었으면 해요"라고 바람을 피력했다.

 이들 부부의 골프 매너와 에티켓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캐디에 대한 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코스에서 만난 코스관리자들까지 일일이 챙겼다. 남편은 아내에게 백을 직접 들라고 하고 클럽도 손수 닦으라고 처음부터 가르쳤다. 코스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다. 전씨는 "언젠가 다른 커플과 내기 골프를 한 적이 있는데 무심코 '이번 판은 텄네요'라고 했더니 남편이 혼쭐을 내면서 '비겼네요'라는 표현이 맞다고 정정해준 적이 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전씨는 그런 남편 덕분에 간혹 매너가 없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내가 잘 배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골프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라운드 내내 그들 부부가 교환한 눈빛에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골프나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부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가족 간의 공동체 의식이다. 특히 전씨는 결혼과 동시에 치솟는 인기를 뒤로하고 브라운관을 떠났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한 사람의 며느리로서 고령으로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지극한 효심으로 봉양했다.
전씨는 "잔정은 부족하지만 속내가 깊고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모든 공을 남편에게 돌린다.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자의 길이 무엇인지 골프를 통해 알게 됐다는 이들 부부가 오랫동안 필부필부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김운용은 나인브릿지 대표이사를 지내고 호서대학교에서 명예체육학박사를 받은 뒤 현재 제주 한라대학교 석좌교수와 세계 100대코스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