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검찰, 토익 문제 복원 “영리 목적땐 위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23 17:32

수정 2012.02.23 17:32

▲ 검찰이 토익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펴고 있는 가운데 외국어 교육업계가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 정부당국과 업계 간 토익 시험문제 유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외국어학원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일대. 사진=김범석 기자
▲ 검찰이 토익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펴고 있는 가운데 외국어 교육업계가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 정부당국과 업계 간 토익 시험문제 유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외국어학원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일대. 사진=김범석 기자

토익 문제를 복원(응시자들을 통해 시험문항을 입수)해 가르치던 어학원 중 해커스 어학원이 사실상 최초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어디까지가 범법행위인지 여부를 놓고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학원들은 인력으로 복원하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1월 서울 동부지법이 "영리적으로 이용할 경우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상황이어서 이 경우에는 앞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문제 복원→재창조 관행"

 어학업계는 토익문제를 복원해 수강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명 어학원 A사 관계자는 "전자기기 등을 이용하지 않고 인력으로 문제를 복원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복원한 문제를 출판하지 않고 일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기소된 해커스의 한 관계자는 "영어 교육업계에서 기출문제를 복기하고 분석해 출제경향과 난이도를 파악하는 것은 수험서 제작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강사 두세 명이 기억을 더듬어서 학생들에게 문제가 어떻게 나왔다고 설명하는 건 관행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문제 복원을 했다며 의적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檢, "'서리'도 절도 처벌해야"

 검찰이 업계에서 오랜 세월 관행화돼 있는 토익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 강화 방침을 밝히자 업계에서는 불법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종)는 토익시험에 대한 업계의 시험문제 유출 '관행'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고소나 고발 없이 인지수사를 벌여 해커스 직원 5명 등을 재판에 넘긴 데 이어 향후 시험 유출 등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절도는 서리와 다른 것"이라며 "학원 측에서 학생들이 제시한 문제를 복기하는 것을 모은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학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절도와 같은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영리적 목적이면 위법"

 이에 대해 법원은 복원한 문제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지난 1월 법원의 선고 결과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이 기준이 성립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서울 동부지법은 복원한 문제를 배포한 것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해 출판사 3곳의 발행인(3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09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문제와 2010년 의사국가시험 필기시험문제, 같은 해 간호사 국가시험 필기시험문제 등을 수록한 책자를 발간했다고 기소됐다. 이들이 출간한 책에는 '전국의과대학 4학년 협의회'에서 복원한 시험문제 일부를 그대로, 일부는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각각 책자를 발간해 500~1000부가량 판매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책자의 문제는 질문의 표현이나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저작물을 직접 보고 베끼지 않더라도 수험생들의 기억력을 되살리는 방법,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해서 복원해 게재한 경우에도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제집에 실린 문제와 실제 이 사건 의사 국가시험, 간호사 국가시험 기출문제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문제집들을 영리적인 목적으로 발행해 판매한 이상 피고에게 고의나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민사재판, '1문제당 1달러' 배상

 문제를 빼돌려 넘긴 경우 1문제당 1달러씩을 배상해야 한다는 민사판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모 대학 영문과 교수였던 A씨는 1980~1992년 부산지역에서 치르는 토플시험을 관리, 감독하면서 허락 없이 토플 시험문제 2800여 문항을 입수, 한 월간 시사영어종합지 B사에 넘겨주자 미국 교육평가원인 ETS는 A씨와 잡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ETS가 토플시험 응시자들에게 문제지의 소지·유출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회수한 사실 등에 비춰 저작물인 토플문제에 대한 복제, 판매, 반포 등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게재된 토플문제 1문항당 1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토익 문제 유출로 손해배상소송에 걸릴 경우 배상 금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ETS에 따르면 토익 시험을 위해 7회차 문제를 개발하는 데 연간 66만5000달러(약 7억4000만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회차 토익시험문제가 200문항인 것을 감안하면 1문항당 52만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조상희 최순웅 손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