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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침몰항모' 일본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1 11:27

수정 2012.03.01 11:27

일본 '불침항모설'은 유래가 있다. 일본 방위는 미국의 핵 우산 밑에 숨어있어 외부의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 경제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어 어떤 불황으로부터도 끄덕없다.

여기에서 유래되어 지난 40년 가까이 인구에 회자되던 일본 불침항모설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즘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히려 '침몰항모'로 바꿔부르는게 좋을듯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안보를 담보하는 미국의 핵 억지력은 건재하지만 사회·경제는 엉망으로 돌아가는게 작금의 일본 사정이다.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것만으론 일본의 몰락을 설명할 수 없다. 세부사항을 거론하면 더 많아진다.

우선 일본의 국가 채무가 안전자산이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11조1052달러(OECD)로 규모면에서 세계 1위다.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그리스(136.8%) 등 유럽 국가를 뺨친다. 일본 국채를 보유한 기관이나 개인의 인내에도 곧 한계가 온다.

그 근거로 작년에 나타난 31년만의 무역적자(2.5조엔)를 들수 있다. 세계 어떤 주요국과의 무역에서도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해 본적이 없는 수출왕국 일본의 신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그 적자를 메우려면 일본의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수 밖에 없다. 일본 국채의 신뢰에 금이 가면 신규 채권의 조달 금리는 올라간다. 일본 국채는 곧 안전 자산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엊그제는 세계 3위의 D램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일본의 엘피다가 법원에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실적악화와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내린 고육지책이다. 엘피다의 부채 규모는 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의 파산으로 꼽힌다. 설령 법정관리를 받더라도 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위력에 눌려 회생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일본을 오늘의 '침몰항모'로 몰아간 것은 1년전의 동일본 대지진이 가장 큰 원인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해저지진→쓰나미→원전폭발로 이어진 대참사는 1만9천여명의 사망자와 17조 엔(약 238조원)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일본 정치가들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이 정도의 재앙 앞에서는 당황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일본 정치 리더십의 난국 극복 능력은 평점 이하를 받고 있다. 완전 복구가 이루어질지 전혀 미지수다. 일본 국민들의 사기도 저하 일로에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은 침몰항모가 될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분석이 너무 과장됐고 틀린 것이 되려면 '1억 총화(總和)'의 신화를 되살리는 길 밖에 없다.
대외 침략을 위한 총단결이 아니라 난국 극복을 위한 일본인들의 근성(根性)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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