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기업 '기업 쪼개기' 주가엔 약 될까, 독 될까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1 16:36

수정 2012.03.01 16:36

 대기업들이 사업부문을 떼어내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 쪼개기(물적분할)에 나서고 있다. 경기전망이 우울한 가운데 사내 주력사업 강화와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는 자회사 삼양제넥스를 물적으로 분할해 가칭 '삼양제넥스바이오'를 설립하기로 했다. 삼양제넥스가 영위하는 사업 중 의약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존속법인인 삼양제넥스는 상장유지되며 전분 및 전분당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 인적 분할이 예상됐던 삼성전자도 오는 4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를 물적분할한다. 신설법인은 자본금 7500억원, 준비금 12조8241억원으로 출범한다.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LCD사업부 분할은 단순 물적분할로 신설회사 발행주식 100%를 배정받기 때문에 회계기준상 변경되는 것은 없다"며 "이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사업 구조조정 차원의 물적분할이 늘고 있다는 점. SK이노베이션은 2010년 정유와 화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설립했다. 2011년에는 GS그룹이 GS에너지를 물적분할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서 물적분할이 자주 활용되는 것은 분할 이후 모회사(잔존법인)가 분리된 회사에 대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은 모회사로서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부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모회사의 의도대로 사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자금 확보 차원에서 30~40%가량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고 매각도 쉽다. 분리된 사업부가 부진하다면 100% 대주주로 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애널리스트는 "한국 기업들의 복합사업부 성격을 고려할 때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 외에도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상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분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질적인 사업영역을 쪼개 효율성을 꾀하는 대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막연한 주가 상승을 노리고 분할하는 사례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할 과정에서 신설회사와 존속회사 간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배분해 효율을 제고하는지를 특히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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