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K날개 단 하이닉스] (1) SKT·하이닉스 시너지 기대

강두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1 16:38

수정 2012.03.01 16:38

지난달 15일 하이닉스 충북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임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하이닉스 충북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임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10년 만에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하이닉스가 'SK칩'이란 강력한 신무기를 장착하고 재도약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을 새 주인으로 맞은 하이닉스는 최근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SK텔레콤의 중재하에 세계적 모바일 칩셋 전문회사인 퀄컴사와 사업제휴를 추진하는 등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회장 선임 직후부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며 힘을 보태고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책임지고 하이닉스를 조기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 회장은 공동대표로 선임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5일 하이닉스 경기 이천공장과 충북 청주공장을 잇따라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고 21일에는 중국 우시에 위치한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재확인시켜 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적기 투자로 장기전략 고민 해결

 SK그룹의 품에 안긴 하이닉스는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체력 비축과 장기 전략 마련이란 고민을 한번에 해결 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산업이 실적 기복이 심하고 대규모 투자를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가 상시 지원을 할 수 있는 든든한 주인을 만난 것은 중장기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번 돈으로만 투자를 이어간다면 지금 같은 반도체 불황기에는 투자를 축소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대주주가 있다면 오히려 과감한 투자에 나서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할 경우 하이닉스의 경영정상화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 측이 앞으로 수년간은 그룹 이익의 절반가량을 하이닉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미 올 한 해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4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경우에 따라 올해 최대 5조원까지 투자액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SK가 투자와 함께 대규모 인력 충원을 밝힌 만큼 하이닉스는 연구개발을 위한 우수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가 되면서 우수 인력이 경쟁 업체로 유출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여기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대외 신인도 제고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하이닉스의 적극적인 체질 변화 노력도 예상된다. SK 측은 하이닉스를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키우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3배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K는 하이닉스 비메모리반도체 매출 비중을 지난해 2% 수준에서 오는 2015년까지 8∼9%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 사업은 치열한 영역으로 대규모 투자와 대주주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가 중요한데 과거 대주주의 후원 없이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강력한 후원 의지가 있는 SKT를 대주주로 맞이한 만큼 하이닉스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극대화 잰걸음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양사간 강점을 결합해 종합 정보통신기술(ICT)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최근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고객을 잘 아는 SK텔레콤과 하이닉스의 상품기획 능력, 반도체 개발능력이 만나 새로운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을 축으로 한 기존 사업 외에 반도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해 에너지, 통신, 반도체의 삼각 편대를 갖추게 된 점도 고무적이다.

 양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직속의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실'과 '미래비전실'을 신설했다.
SKMS실은 기업문화의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SK그룹 특유의 문화를 전파해 계열사 사이의 유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미래비전실은 반도체 사업의 장기 경영비전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의 적극적인 중재 아래 하이닉스반도체와 퀄컴이 사업협력을 검토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하이닉스와 세계적 모바일 칩셋 제조사인 퀄컴의 첫 협력인 만큼 성사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dskang@fnnews.com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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