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조 위탁한 물품 수령 거부해 공정위가 제재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1 17:18

수정 2012.03.01 17:18

 제조를 위탁한 물품의 수령을 거부하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주방용품 전문업체인 키친아트에 대한 감독당국의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최근 행정6부(재판장 임종헌 부장판사)는 ㈜키친아트가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키친아트 "통상사용권 계약" 반발

 공정위에 따르면 키친아트는 지난 2006년 N사와 주방살균기를 제조·위탁하기로 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상품 매매계약을 체결, 1차분 3000대와 2차분 3000대 등 총 6000대를 납품토록 발주 지시해 놓고 실제 3000대만 납품받은 후 나머지는 수령을 거부했다.

 또 하도급대금 2억130만원 중 55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1억463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2008년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로 인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키친아트는 당초 계약은 N사의 판매대금에서 자신들의 상표를 사용한 대가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상표 통상사용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하도급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계약 당시 OEM계약서도 N사가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하다고 부탁해 작성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키친아트는 그동안 다른 업체로 하여금 자사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생산토록 할 때 OEM 방식과 통상사용권 설정계약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왔다.

 ■"하도급 의한 OEM계약 맞다"

 앞서 원심인 서울고법 행정7부는 "키친아트가 대금지급 책임을 지는 OEM방식으로 계약을 변경할 만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렵고 N사가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OEM계약서를 요청해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춰 양사 간 하도급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키친아트 직원들과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양사 간 계약서를 N사가 은행 대출을 위해 원고에게 요청해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본 원심 판결은 채증법칙(증거를 채택한 이유가 납득할 만해야 한다는 것)을 위반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에 따라 양사 간 상표 통상사용권 설정계약서는 N사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작성된 것으로 효력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OEM계약서가 작성돼 이에 따른 이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방살균기 2차 발주분에 대해 납품받은 적이 없다'는 키친아트 주장에 대해서도 "N사는 2006년 10월 2차로 3000대분을 발주받아 같은 해 납품하려 했지만 원고 측이 수령을 거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상표 통상사용권=상표권은 전용사용권과 통상사용권으로 구분된다. 이 중 전용사용권은 특허청에 등록돼야 하지만 통상사용권은 계약으로도 성립한다.
통상사용권자는 통상사용권 설정 행위로 정한 범위 안에서 지정 상품에 관해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제3자에게 동일 또는 유사 상표를 사용하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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