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물가 '3%대 자기만족'을 경계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2 17:42

수정 2012.03.02 17:42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비 3.1% 올랐다. 지난해 4%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보인 것에 비하면 안정적이다. 1·2월 두 달 연속 3% 초반대에 머문 것을 두고 물가 오름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2월 물가는 기저효과 덕을 봤다. 작년 2월 물가는 3.9% 껑충 뛰었다.
이후 4%를 넘나드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졌고 결국 연간 4.4%(구지수 기준) 상승했다. 이런 탓에 소비자들은 올 들어 물가 안정세를 실감하지 못한다. 실감은커녕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휘발유 값과 다락같이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물가에 안도하는 건 정부밖에 없는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질타했을 정도다. 기저효과 외에 작년 연말 물가지수 개편 때 금반지가 빠졌다는 점, 이란 핵을 둘러싼 중동의 긴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1·2월 물가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총체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의 물가정책은 미시적 대응에 치중해왔다. 휘발유값을 억지로 그것도 한시적으로 내린 데 이어 알뜰주유소를 설치하고 설탕을 직수입하기로 한 것 등이 좋은 예다. 반면 금리·환율 등 거시적 물가정책 수단엔 손을 대지 않았다. 물가대책의 실효성은 미시·거시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때 극대화한다. 정부가 물가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든 것은 반쪽 정책만을 폈기 때문이다.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변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로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환율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3의 방안으로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 있다. 한·유럽연합(EU) FTA는 이미 작년부터 시행 중이고 한·미 FTA는 오는 15일 발효된다.
관세만큼만 수입품 가격이 떨어져도 물가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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