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제분야 공약 발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여당과 야당은 총선 공약에서 각각 보수 및 진보적 성향을 드러냈지만 올해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대기업 개혁, 중소기업 지원 강화, 질 좋은 일자리 창출, 국민복지 확대 등에서 유사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소득 양극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정책 변화와 한국 경제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여야의 총선 공약이 정치이념을 떠나 당선 가능성만을 겨냥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경제분야와 관련해 발표된 정치권의 정책과 총선공약에 대해 경제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가장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선심성 복지공약'을 꼽았다.
응답자 30명 가운데 21명은 '선심성 복지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이어 '부자 증세, 자본소득 과세 등 전반적인 증세'와 '재벌세'(자회사 수입배당금과 자회사 출자를 목적으로 한 차입자금의 이자비용 공제 제외) 항목을 인기에 영합하는 '헛된' 공약에 포함시켰다. 소수의견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대기업 청년 고용할당,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정책'과 '중소 영세상인 보호 위한 카드수수료율에 대한 정부의 직접 인하 추진'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복수 응답했다.
■"복지재원 조달 논리 약해"
복지 지출 확대와 재정건전성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충족시키려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옳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서도 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실제로 응답자 30명 중 24명은 여야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세금이 투입돼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조했다. 세금 신설 없이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해당 복지재원 조달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정치권에 반기를 든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재벌세'와 '대기업 법인세 증세'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의 자회사 주식배당금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 20명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10명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한 전문가 중 13명은 그 이유에 대해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고 밝혔고, 아예 '개념 자체가 불분명하다' '재벌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보였다.
또 대기업 법인에 매기는 세금을 늘리자는 정치권의 요구 역시 부적절하다는 반응(23명)이 적절하다는 반응(7명)보다 훨씬 많았다.
설문에 응한 한 선임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바탕으로 한 실효세율을 고려하고 기타 간접적인 세금 부담까지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는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등 이견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제시된 중소상권 진입 규제안에 대한 입장은 거의 비슷하게 의견이 나뉘었다.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와 불필요하다는 경우가 정확하게 응답자의 절반씩 차지했다.
대형마트의 중소도시 진입에 대해 영업시간 규제 및 휴업조치를 취하려는데 대해서는 전문가들 다수가 '과도하다(12명)'는 데 손을 들었다.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은 8명에 그쳤다. 소속된 기관의 사정을 들어 응답하기 곤란하다는 응답도 나왔다.
선거 때마다 거론된다며 재계가 질색하는 '대기업 개혁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23명이 '필요없다'고 답했으며, 이 중 10명은 '출총제 도입 시 국내기업들이 규제에 얽혀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미 실효성이 없어 폐지된 정책을 되살리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처사라는 응답도 8명으로 꽤 많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 응답자는 '출총제는 양적 규제로서 미래 성장업종 투자와 문어발 확장을 구분할 수 없어' 만약 규제를 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 감축을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반응도 주목된다. 정치권의 비정규직 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 '적절하다'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양분됐다.
심지어는 고민 끝에 설문조사 항목에 없는 '중립'이라고 표기한 전문가도 있었다. 민간기업 연구소에 재직 중인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폐해가 더 많이 초래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또 민간기업에 대한 비정규직 감축 방식에 대해 여야가 각각 제시한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당한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것인지 골라 달라는 질문에 23명이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새누리당의 견해에 동조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익 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특성상 인센티브를 통한 전환 유도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금 제도를 마련하자는 민주통합당의 견해를 선호한 전문가는 7명에 그쳤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서혜진 기자
■설문에 응해 주신 분들
△경제단체 임원 △전경련 이승철 전무 △대한상의 이현식 전무 △한국경제연구원 최병일 원장 △국책·민간연구소 및 증권사 연구위원 △윤창용 △김민기 △박혜민 △이형운 △김운호 △송한상 △정종열 △안종석 △최준욱 △김광석 △김천구 △임희정 △최성근 △이근태 △변양규 △김영신 △기타 응답자 익명 요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