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중기 포커스] (42) 정부 R&D 예산 대기업 쏠림 현상 심각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6 15:20

수정 2012.03.06 15:20

[중기 포커스] (42) 정부 R&D 예산 대기업 쏠림 현상 심각

 정부의 연구개발(R&D)예산 가운데 순수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비중을 보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을 제외한 타 부처 R&D 예산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에 쏠려 있고 2010년 기준으로 14조원에 가까운 정부 전체 R&D 예산 중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대학, 국·공립 연구소 등에 집중된 80%가량도 결과적으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중소기업청(중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중소기업청을 통해 집행된 R&D 예산은 6288억원으로 나타났다. 중기청 R&D 예산은 순수하게 중소기업에만 지원된다. 아직 최종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중기청을 포함해 부처 전체적으로 중소기업들에 지원된 R&D 예산은 지난해 1조9000억~2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정부 R&D 예산 총액 14조8902억원과 비교할 때 약 12~13%가량이 중소기업에 지원된 것이다.


 정부 R&D 예산은 9조7629억원(2007년)→11조784억원(2008년)→12조3437억원(2009년)→13조7014억원(2010년) 등으로 매년 평균 15%가량씩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부처 전체적으로 중소기업들에 지원된 R&D 예산 규모 역시 1조2422억원→1조3838억원→1조7013억원→1조835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이 가운데 중기청을 통해 집행된 R&D 예산도 3600억원→4300억원→4870억원→5607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처별 중소기업 R&D 예산은 주관사가 대기업이라도 해당 컨소시엄에 중소기업이 포함돼 있으면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R&D 예산으로 잡힌다. 반면 국과위는 주관사가 중소기업일 경우에만 중소기업 R&D 예산에 포함시키고 있어 실제 부처별 집계치보다 적다. 국과위 집계에선 중소기업 R&D 예산이 2007년 1조148억원, 2008년 1조1787억원, 2009년 1조5002억원, 2010년 1조6353억원으로 부처별 집계액보다 약 2000억원씩 줄었다.

 표면적으론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R&D 예산이 대기업보다 많다. 한 예로 2010년의 경우 부처별 중소기업 R&D 예산은 총 1조8350억원(중기청 5607억원)으로 같은 해 대기업에 지원된 1조2330억원보다 6000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정부 전체 R&D 예산 13조7014억원 가운데 중소기업에 13.4%, 대기업에 8.9%가 각각 돌아간 셈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포함된 R&D 컨소시엄의 경우 대부분의 몫이 대기업에 돌아가는 실정이고 대학 등에서 진행하는 R&D의 상당 부분도 대기업과 공동으로 하는 예가 많아 이들에게 배정된 R&D 예산 역시 대기업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010년 당시 대학과 출연연 등에 들어간 R&D 예산은 전체의 70.2%에 이르는 9조6159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소기업이 컨소기엄을 맺고 R&D를 하는 경우 판로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R&D 성과물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다반사"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독점 거래로 못을 박아 아예 기술을 종속시키는 예도 많다"고 전했다. 또 일부 대기업은 기술 탈취도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장인 변재일 의원(민주통합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2007년 당시 5923억원이던 대기업 R&D 예산은 2010년 1조2330억원으로 3년 새 10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R&D 예산(국과위 집계 기준)은 1조148억원에서 1조6353억원으로 61% 느는데 그쳤다.
또 정부 R&D 예산 대비 대기업 R&D 예산 비율은 2003~2007년 당시 5.3%이던 것이 2008~2010년엔 9.5%까지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R&D 예산 비율은 같은 기간 11.3%에서 11.6%로 변화가 없다.


 한편 국과위와 중기청은 오는 6월까지 지역별로 중소기업 R&D 지원 간담회를 개최한 뒤 내년 예산 배분 시 반영한다고 밝혔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