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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브래드 피트와 차인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7 09:14

수정 2012.03.07 09:14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주인공 차인표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대북 송환에 반대하는 콘서트를 주도했다.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주인공 차인표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대북 송환에 반대하는 콘서트를 주도했다.

배우 차인표를 보면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떠오른다. 1997년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이란 영화에 출연한 피트는 이후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점령을 '고약하게'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피트는 박애주의자다. 그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곳에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꼽히는 피트의 대인배적인 풍모는 속좁은 중국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두 딸을 공개 입양한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연예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다. 두 사람은 어린이 후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차인표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현역으로 입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인표는 2008년 탈북자들의 실상을 그린 영화 '크로싱'에 출연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도 그가 주도했다. 중국 정부가 차인표를 피트처럼 기피인물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으나 지켜볼 일이다.

기자는 4년 전 '크로싱'을 보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중 일부를 옮겨 싣는 것으로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대의(大義)에 공감을 표시하고자 한다. '크로싱' 다시보기 붐이라도 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와 아들을 남겨두고 국경을 넘기 전에 아버지(차인표)는 아들에게 축구공과 신발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아버지는 약속을 지켰다. 다만 그 약속을 받아줄 아이가 없을 뿐이다.

함경도 탄광촌. 아내는 결핵으로 눈 앞에서 죽어가는 데 약이 없다. 그 약을 구하기 위해, 그 약을 살 돈을 벌러 중국으로 몰래 도망쳤고 어쩌다보니 남조선으로 귀순한 탈북자가 됐다.

나 혼자 잘 살려고 탈북한 게 아닌데, 돈 벌어 약만 구하면 언제든 북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한 건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브로커한테 돈을 주고 아내와 아들을 탈북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 때쯤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아들은 꽃제비 노릇을 하다 남조선으로 탈출한 반동 아버지 때문에 수용소에 갇혀 있다. 브로커는 아들을 겨우 찾아 중국과 몽골을 가로지르는 국경 사막지대에 내려놓은 뒤 서둘러 저쪽 철조망을 넘어가라고 해놓고는 사라진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쓰러지는 아들, 하늘엔 무수한 별이 반짝거린다. 그 별 중엔 엄마 별, 옆 집 살던 미선이 별도 있을 거다.


비슷한 시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한 아버지. 그의 손엔 아들에게 약속한 축구공과 신발이 들려 있다. 그러나…. 아들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아버지. 아내와 아들을 위해 버텨왔는데 둘 다 사라진 이 망할 놈의 세상, 이제 난 어쩌란 말인가."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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