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73세에 여대생 꿈 이룬 김복례 할머니, 대구보건대 입학

김장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7 09:50

수정 2012.03.07 09:50

73세에 여대생의 꿈을 이룬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새내기 김복례 할머니.
73세에 여대생의 꿈을 이룬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새내기 김복례 할머니.

【 대구=김장욱기자】"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더 많이 공부한 뒤 80세부터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겠다."

73세에 여대생의 꿈을 이룬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새내기 김복례 할머니.

사위가 건네준 입학 축하금으로 수업교재를 구입했다는 김씨는 이제 손자 또래와 같이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첫 수업시간에 김영란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외워서 낭독하는 것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학과 친구들은 할머니 동기를 큰 박수로 환영했다.

첫째 딸 또래인 47세의 또 다른 만학도와는 점심을 같이 먹으며, 대학생활동안 서로 단짝 친구(?)가 되기로 했다.

5명의 딸을 둔 김씨는 44세에 갑자기 홀로 됐다.


이웃 사람들에게 경운기 모는 방법을 배우면서 힘들게 농사를 짓던 김씨는 4명의 딸을 태운 채 경운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4명의 딸은 다치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김씨는 농사를 그만두고 대구로 들어오게 됐다.

대구 팔달시장 노상(路上)에서 국수장사를 시작한 김씨는 억척같이 일해 5명의 딸을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

딸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김씨는 공부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김씨는 모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만학도가 다니는 중학교를 알게 됐고 69세에 입학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매일 새벽 2·3시 까지 공부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119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방학도 없이 공부하며 2년 중등과정을 마치고 71세에 고등학교에 입학, 개근상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넷째 딸이 보러 온다는 말에 공부에 방해 된다며 못 오게 할 만큼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이웃을 돕고 싶어 대구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지원한 김씨는 딸과 사위, 그리고 10명의 손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드디어 꿈에 그리던 여대생이 됐다.


입학식 전 날 여대생이 된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는 김씨는 "이웃에 봉사하며 살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걷기는 물론 훌라후프 돌리기, 윗몸 일으키기 등을 통해 건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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