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 만난 옛 동료 "저 배 우리가 만든 거잖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7 22:17

수정 2012.03.07 22:17

현대중공업 정년퇴직자들이 7일 울산조선소 내 아산기념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3일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7600여명의 정년 퇴직자들을 초청,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정년퇴직자들이 7일 울산조선소 내 아산기념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3일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7600여명의 정년 퇴직자들을 초청,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 울산=정상균기자】"이게 누구야. 김 반장 반갑소." 머리가 희끗한 중년은 얼굴에 주름이 깊이 패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에게 내민 손은 굵은 뼈마디에 굳은살 투성이다.
20, 30대 청춘에 입사해 30여년간 땀 흘린 일터에서 현대중공업 정년퇴직자들이 다시 만났다. 7일 오전 10시 울산 현대중공업 문화관. 선배 사우초청 행사가 열린 이곳에 130여명의 퇴직자들과 그의 아내들이 모였다.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 기념관과 현대중공업 홍보관을 둘러보며 자신이 땀 흘렸던 모습을 보자 "아∼ 저거 내가 만든 거야. 참 많이 변했군"하며 옛 추억을 되새겼다.

퇴직자들은 선박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변화한 모습에 놀라워했다. "대형 골리앗 크레인은 5∼6개 더 늘었고, 독(dock)도 큰 게 생겼네요. 야드(조선소 현장)도 넓고 일감도 훨씬 더 많아졌고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을 보니 흐뭇하네요." 퇴직한 지 23년 만에 회사를 찾은 유화준씨(80)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후배들이 더 큰 회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최우선으로 안전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퇴직자들은 회사 내 조선소와 울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영빈관에서 옛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눴다. 회사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우곰탕을 대접했다.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책 제목처럼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지요. 정년퇴직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현대중공업에서 일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지난 2007년 퇴직한 김규필씨(62)는 현장에서 동료들과 땀 흘렸던 옛 기억을 되새겼다. 아픈 추억도 있었다. "1980년대 말 노사 분규가 극심했을 때는 어려웠지요. 회사에 나와도, 시위현장에 가도 역적이 되는 참 곤란한 상황이었지요. 지금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십수년째 분규 없이 합의한다니 참 대단한 거죠." 현대중공업은 지난 1980∼199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로 홍역을 앓았다. 울산조선소는 노동자 시위의 진원지였다. 사상초유의 골리앗 크레인 고공 농성, 연평균 36일의 노사분규, 176명 해고, 135명이 구속되고 생산현장은 멈춰섰다. 고통이 컸던 만큼 값진 교훈을 얻었다. 현대중공업은 17년간 파업 없이 노사합의를 이어가며, 국내 대기업 중 가장 긴 평균 근속연수(19.1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조선중공업 회사로 성장했다. 오는 23일 현대중공업은 창사 4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지난 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퇴직 선배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퇴직자는 7600여명. 어려웠던 시기에 회사와 함께 동고동락한 그 시절을 회고하고 후배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1972년 3월 23일은 현대중공업이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착공한 날이다.
당시 나이 마흔의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와 모래벌판의 울산 미포만 사진을 들고 콧대 높은 유럽에서 조선소 지을 차관을 얻고 대형 유조선을 수주했던 '맨손의 도전'은 유명한 일화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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