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간절한 소망은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두 가지 이유로서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9장에 나오는 이 '부자와 거지'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다 안다. 지옥의 불길로 타는 듯한 목마름 속에서 물 한방울마저 거절당한 이 부자는 그래도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면 나사로를 우리 집에 보내 다섯 형제들에게 이 곳(지옥)은 절대 올 곳이 못 된다고 가르쳐주게 하소서"라고 다음 부탁을 하고 있다.
지구촌 인류가 과연 손가락 끝의 물 한 방울조차 아쉬워 할 날이 올까. 이건 허랑방탕 낭비하다가 지옥에 떨어지지 말라는 가르침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지구촌의 물 부족은 나날이 심각해진다. 물 부족 문제를 가볍게 보다가는 큰 코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에 물 부족(water-stressed) 국가로 분류됐으며 2025년에는 물 기근(water-scarecity)국가로 전락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분석과 전망을 들을 때마다 누가 그런 혹세무민하는 소리를 하느냐고 핏대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물 부족국가도 아니며 물 기근 국가가 되지도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통계의 진실은 냉혹하다. 오늘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물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국가라는 자료가 발표됐다. 이런 평가의 진위 공방도 중요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만은 그저 물을 아껴 쓰자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물을 충분히 못 먹어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세계적으로 한해 18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있고 보면 그 앞에서 한번 옷깃을 여며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뜻에서다.
오는 12~17일 프랑스 마르세유 에서는 제6차 세계물포럼이 열린다. 한국에서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세계물포럼은 국제 물 분야 비정부기구인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가 3년마다 개최한다. 한국은 2015년에 열리는 다음번 물포럼의 주최국이다. 이를 계기로 '물을 물 쓰듯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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