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흥부가 복(福) 받은 ‘길’ 따라…이야기 숨쉬는 길 10곳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8 16:24

수정 2012.03.08 16:24

전라북도 남원의 서쪽,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설화 속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와 복(福)을 받았다는 곳이다. 마을 곳곳에는 흥부에 관한 '이야기'가 서려있다. 먹을 것이 없던 흥부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허깃재, 죽어가던 흥부에게 동네 사람들이 흰죽을 쑤어 먹여 살렸다는 흰죽배미,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됐다는 고둔터 등이다. 금은보화가 가득 담긴 박타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시원스레 들릴 것 같은 이 흥부길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됐다.

전북 남원 흥부길.
전북 남원 흥부길.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발표한 <문화생태탐방로>는 흥부길을 포함해 모두 10곳. 이를 다시 여로(旅路)에서 담고 싶은 추억에 따라 4가지 주제로 나눴다.

먼저, 고려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역사문화길'이다.
여기엔 충남 홍성의 내포안개길과 경남 함양의 선비문화탐방로가 지정됐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홍주성 천년여행길.(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홍주성 천년여행길이라고도 부르는 내포안개길은 잘 보존된 홍주읍성 성곽 일부와 정문인 조양문, 홍성 전통시장 등을 관통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묘미가 있다. 10킬로미터 남짓한 선비문화탐방로는 '신선 계곡'이라 불리는 화림동 계곡을 따라 들어선 조선시대 정자의 멋을 만날 수 있다. 함양의 유명한 안의갈비 맛은 덤이다.

소설과 구전설화 속 현장을 걸을 수 있는 '문학 이야기길'은 전남 보성의 태백산맥 문학기행길과 전북 남원의 흥부길이 선정됐다.

태백산맥문화기행길.(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태백산맥문화기행길.(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태백산맥문학기행길을 거닐면 조정래 씨의 소설 <태백산맥>의 실제 무대인 벌교의 다양한 곳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속 소화교, 중도방죽, 남도여관 등이 그대로 남아 소설의 정취를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인 '벌교 꼬막'도 기다리고 있다.

강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있는 가람길'은 경기 하남의 위례길, 충북 충주의 중원문화길, 부산광역시 낙동강 하구 생태길 등 3곳이다.

중원문화길의 중앙탑.
중원문화길의 중앙탑.

위례길은 하남 위례성 일대의 강길과 숲길이 어우러져 다채롭다. 갈대와 억새밭이 뿜어내는 한강 미사리공원 일대 강변길의 서정미가 특히 뛰어나다.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끼고 펼쳐지는 중원문화길로 들어서면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와 신라 석탑인 중앙탑 등 충주 한강변의 역사유적지를 따라 걸을 수 있다.

하남 위례길.
하남 위례길.

낙동강 하구 생태길은 철새도래지와 주변 습지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다. 생태복원지인 을숙도 철새공원을 비롯하여 맥도생태공원, 삼락강변공원 등을 거치며 길을 따라 담담히 흐르는 낙동강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역사문화자원과 우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테마여행길'에는 광주 담양 무돌길, 전북 익산 금강생태탐방길, 전남 무안의 갯벌 낙지길 등이 꼽혔다.

무돌길. (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무돌길. (촬영 및 출처: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고개 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풍경에 지루함을 잊는 무돌길은 올망졸망한 마을에서 또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안양산 휴양림과 광주 생태하천길, 길 가까이 있는 소쇄원, 식영정 등 문화유산도 챙겨야 할 곳이다.

금강생태탐방길에선 세 종교의 명소를 가볼 수 있다. 전라도 지방에서 가장 오래 된 성당인 나바위성당, 국내에 두 개 밖에 남지 않은 ㄱ자 모양의 두동교회, 천년 고찰 숭림사를 나지막한 능선 숲길을 따라 차례로 만나게 된다.

갯벌 낙지길은 탄도만 갯벌의 아름다운 풍광을 에둘러 걸으며 즐기는 해안길이다. 갯길과 함께 방조제길, 흙길, 제방길, 소나무길, 갯바위길 등 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길이 어우러진다.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9년부터 선정한 자연경관, 역사·문화 자원 등이 뛰어난 지역의 '걷기 좋은 길'이다.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각 지역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각 지역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올해 선정된 10곳 이외에도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29곳이 선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탐방로별 상세 노선은 녹색관광홈페이지(www.녹색관광.kr)나 두발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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