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새누리당 '親李 중진들의 반격'

이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8 17:27

수정 2012.03.08 17:27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작업이 반환점을 돌면서 '친이(친이명박)계 배제' 쪽으로 윤곽이 잡히자 친이 중진들이 포문을 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1~3차 공천 결과 자기 지역구에서 낙천한 의원 19명 중 친이계 인사는 15명으로 80%에 육박했다. 지난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학살 공천'이 '친이 학살 공천'으로 재현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의 개념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친이계 의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8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당은 지금이라도 언론의 지적대로 감정적·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작업을 해 주길 바란다"며 "국민은 당이 공천을 불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하면 4월에 표로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서울 은평을 공천을 확정지었으나 '이재오 직계'로 꼽히는 진수희(서울 성동갑), 권택기(서울 광진갑),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의원 등은 공천에서 전략지역으로 분류되거나 낙천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 공천이 확정된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공천이 보류된 진수희, 신지호 의원의 공천이 필요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불합리한 공천을 주도한 친이계가 이제 와서 '밀실공천' 운운하는 것은 세월 무상"이라면서도 "그 사람들의 지역 경쟁력이 가장 우월하므로 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친이계에는 엄격하고 친박계에는 관대한 공천"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러면서 계파를 고려하지 않았다니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최측근인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4년 전 자갈밭에서 당선돼 물불 가리지 않고 뛴 사람의 목을 자를 때는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한다"며 "'닥치고 나가라' 식인데, 그러면서 낙천자도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니 위선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친이계 4선 중진인 이윤성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18대 총선 '친박학살'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방호 전 의원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공천 결과에 대한 친이계의 집단반발 조짐과 탈당, 무소속 출마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 안상수 전 대표 등이 함께 새누리당 인사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국민생각으로 배를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ch21@fnnews.com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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