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SK 제7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 8일 서울 SK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경은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켜 계약 기간 3년 동안 연봉 2억 8천만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지난 시즌 이후 문경은 감독은 성적부진을 통감한 신선우 감독의 자진 사임으로 인해 SK 2군 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올라섰다. 문경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매 시즌마다 조직력에 문제를 노출했던 SK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문경은 감독은 혹독한 데뷔 첫해를 보낸 끝에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SK는 문경은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전격 승격시키며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이는 SK가 알렉산더 존슨의 부상 직전까지 치열한 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친 점과 경기 내용에서도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자주 연출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김선형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문경은 감독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감독은 김선형에게 외곽슛을 직접 전수하는 한편 경기 내에서 최대한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했고 적극적인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문 감독은 올 시즌 수차례나 소름 돋는 클러치 슛을 성공시킨 김선형의 활약에 대해 “믿고 맡겼다”는 말로써 선수들의 자율성에 굳은 신뢰감을 내비쳤고 김선형 역시 그 믿음에 확실히 보답하는 모습이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농구를 펼쳐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구단의 덕목이지만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권장해 ‘눈이 즐거운 농구’를 펼치는 것 또한 팬들을 경기장에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문경은 감독의 이런 성향은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하는 SK의 입맛에 적격이었던 셈.
이제 팬들의 관심은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문경은 호’의 미래에 쏠리게 됐다. SK는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최부경을 전체 2순위로 지목하며 부족했던 골밑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SK는 올 시즌이 종료되면 혼혈드래프트를 지명할 권리를 얻게 되며 이에 따라 전태풍-문태영-이승준 가운데 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문경은 감독이 세 선수 중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SK의 팀 컬러가 좌우될 전망.
한편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도 많다. 올 시즌 SK는 가드진이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정작 이들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문경은 감독이 선수들의 군 입대 및 트레이드를 통해 가드진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다른 포지션을 보강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다. 또한 다소 단조로웠던 전술 및 순간적 상황대처에 대한 향상 역시 문경은 감독이 풀어야 할 내년 시즌 과제다.
19승 35패. 9위라는 성적은 분명 아쉬움을 남기기 충분한 수치다. 하지만 데뷔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남긴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감독들의 무덤으로 익히 알려진 SK는 느긋한 기다림을 통한 대대적 리빌딩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KGC인삼공사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경은 감독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부여했다는 점은 분명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경은 감독이 혹독했던 데뷔 신고식을 서둘러 극복하고 향후 어떤 팀 컬러를 완성시킬지, 또한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플레이오프 문턱을 한 차례도 넘어보지 못한 SK의 오랜 숙원이 내년 시즌 풀릴지에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yuksamo@starnnews.com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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