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운치 넘치던 한옥거리 삼청동이 변하고 있다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11 17:12

수정 2012.03.11 17:12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카페네스카페가 데크공사를 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카페네스카페가 데크공사를 하고 있다.

"하겐다즈는 언제 생겼지?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한옥 레스토랑과 작고 아담한 카페,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의류와 신발을 파는 아기자기한 매장이 즐비했던 서울 삼청동.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외식 브랜드 입성으로 모던한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청동 거리를 걷다 보면 대학가와 번화가에서 익숙한 간판들이 시선을 둘 때마다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지난 10일 찾은 삼청동 카페골목 인근은 서울 강남역, 신촌역 일대를 연상할 만큼 유명 브랜드들의 격전지로 바뀌어 있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대기업 외식 브랜드만 20여곳에 이른다.

운치 넘치던 한옥거리 삼청동이 변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줄줄이 입성

지난 2008년 삼청동에 커피빈이 들어선 이후 지난해 카페베네, 카페네스카페 등 대형 커피숍 브랜드가 줄줄이 입성했다. 지난해에는 죠스떡볶이, 국대떡볶이 등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들어섰다.

키엘, 에뛰드하우스 등 화장품 브랜드도 개업하면서 업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의 매장들이 모여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훼미리마트, 하겐다즈, 아자부카페도 올 초 새롭게 문을 열어 삼청동의 식지 않는 인기를 실감케했다.

이날 삼청동에서 만난 조원영씨(29)는 "삼청동 특유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왔는데 일부 유명 브랜드 매장이 늘어나 거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형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이 줄줄이 입점하면서 삼청동 거리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친구와 걷고 싶을 때 이곳에 자주 온다는 송영선씨(25)는 "삼청동은 가게마다 서로 다른 개성이 있어 찾아오는 매력이 있다"며 "앞으로 이런 모습이 더 이상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형점포 매출 줄고 임대료 껑충

유명 브랜드 매장이 삼청동 거리를 뒤덮자 소규모 점포들은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5년째 삼청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공간이 넓은 대형 브랜드 커피숍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작은 가게는 가격을 낮추는 것밖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은 2000원으로 커피빈, 카페네스카페의 절반 수준이었다. 프랜차이즈와 외식 대기업의 삼청동 진출로 이 일대 점포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최근 3년 새 삼청동 일대 매장 임대료는 2배 이상 올랐다.
권리금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삼청동에 위치한 북촌공인중개소 김재윤 부장은 "33㎡(10평) 크기의 점포는 3년 전 월세가 80만~1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20만~25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권리금도 5000만~7000만원까지 지불해야 하는데도 수요가 많아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조지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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