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의 '빅3'로 대표되던 생명보험업계는 자산 240조원 규모 농협금융지주 산하의 농협생명 등장으로 빅4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어 생보시장은 일대 회전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기에 새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는 ING생명과 동양생명, 녹십자생명에서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현대라이프 등 중소형사업체들의 새판 짜기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대한, 공격경영 앞으로
생보업계는 외견상으로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올해 들어 여러가지 변수가 나타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공격적인 행보다.
삼성생명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2020년 글로벌 생보업계 15위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 중국, 태국사업을 강화하고 아시아 및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자산 500조원, 매출 100조원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의 자산 146조원, 매출 26조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큰 수치이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은 현재 매물로 나온 ING그룹의 아시아·태평양법인 인수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된다.
대한생명은 '2020년 신계약 부문 시장점유율 1위'라는 중장기 전략목표를 세우고 국내영업 신장과 안정적 손익 및 해외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13년까지를 1위사와의 격차 축소 및 본격 경쟁을 위한 도약 준비기간으로 정의하고, 영업력 강화와 성장기반 구축 전략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특히 유망한 중견사인 동양생명과 ING생명 인수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의 경우 예비입찰자로 미국의 푸르덴셜과 맞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고, ING생명 인수 추진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생명의 자산규모는 67조원가량으로 삼성생명(155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위인 교보생명(60조원)보다는 7조원가량 크다. 만약 동양생명(13조원)이나 ING생명(20조원)을 인수하게 되면 확고한 생보업계 2위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중소형사 체제 개편되나
지난 2월 출범한 농협생명은 출범 전부터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왔다. 농협생명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5조3000억원으로 빅3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농협생명은 전국 읍·면 단위까지 깔려 있는 4473개의 지역 농협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이 같은 판매망은 보험은 물론 은행에서도 찾기 힘든 규모다. 특히 농협은행의 지점은 올해부터 한 보험사 상품의 25%까지만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카룰의 적용을 받지만 지역농협은 이 같은 규제에서 5년간 제외된다. 지역농협을 통한 방카 확대가 예상되는 이유다.
1200여명에 불과한 보험설계사 조직이 약점이 된다고 하지만 이는 반대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 설계사들의 대규모 이동 등 연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농협생명이 더 나은 조건으로 설계사 영입에 적극 나설 경우 중소형사 설계사의 대량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 정식 출범한 현대라이프도 '복병'이다. 시장점유율은 전체 23개 생보사 중 17위 정도로 열악하지만 앞으로 그룹의 자동차 판매망이나 현대카드를 활용한 연계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방카슈랑스를 주력으로 하는 하나HSBC생명의 방카 영업 확대도 기대된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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