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테마주 이야기가 거론되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부터다. 대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박근혜·안철수·문재인 3인과 연관된 여러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동안 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올 연초에야 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는 즉시 증선위의 긴급조치권을 발동한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내놨다. 근거 없는 소문의 생산·유포자는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과 경찰청 간에 핫라인을 가동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그러나 긴급조치권·핫라인은 무용지물이 됐다. 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동안 테마주는 이미 한바탕 급등락 끝에 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검찰에 고발·통보한다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관련 테마주들이 잠잠했던 것은 당국의 조치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큰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테마주 소동은 한국 증시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당국은 충분히 예측·예방할 수 있는 주가조작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허용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총선·대선이 있는 해엔 테마주 색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기민하게 가동하고 강력한 사전경보를 발령하는 선제대응이 최선이다. 차선은 사후 외양간이라도 똑 부러지게 고치는 것이다. 부화뇌동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냉정을 되찾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당국이 이들 탓만 해선 안 된다. 과거 테마주 피해 사례를 널리 알림으로써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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