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국 자전거 중소상인 "LS자전거 사업 중단하라"

송동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14 15:28

수정 2012.03.14 15:28

14일 LS자전거사업규탄대회에 참가한 인보식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삭발하고 있다.
14일 LS자전거사업규탄대회에 참가한 인보식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삭발하고 있다.

전국의 자전거 도소매 중소상인들이 "5000여개 자전거 점포가 다 죽는다"며 한자리에 모였다.

불모지였던 자전거 시장을 힘들게 개척한 영세 자전거 소매점을 몰살하려는 LS그룹의 만행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14일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경기 안양시 LS타워 앞에서 'LS 자전거 사업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난 2010년 4월 LS네트웍스(LS전선의 계열사)가 자전거 수리점 사업에 뛰어든 이후, 그동안 이에 대한 업계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자자했다.
"어떻게 재벌이 자전거 점포점까지 열 수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드디어 그 뇌관이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자전거 마니아인 LS 그룹 구자열 회장은 사업에 대한 의지가 완강하다.

LS네트웍스는 지난 2년여 동안 전국적으로 14개의 직영점을 열었다. 이 회사가 올린 지난 해 매출액은 75억여 원에 달한다.

자전거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전거 시장은 지난 해 기준 약 50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규모의 시장을 전국의 5000여 자전거 점포들이 나눠 갖고 있는 것. 한 점포 당 연 1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보면 이들이 월단위로 올리는 순수익은 매우 영세한 규모로 추정된다.

인보식 자전거 조합 이사장은 "수십년 동안 동네 뒷골목에서 손때 묻은 가게를 운영해 온 우리들은 어떻하느냐"며 "대기업 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면 인근 지역 자전거 점포는 다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한때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 LS네트웍스 관계자가 "LS 그룹이 중소 자영업자와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해 '자전거 소매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구자열 LS 그룹 회장은 지난 달 25일 "자전거는 빵집과 다르다. 빵은 사서 먹는 순간 끝나지만 자전거는 5년, 10년 동안 판매자가 유지, 보수해줘야 한다"며 "자전거사업 모델을 만드는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자전거 수리점 사업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LS 그룹은 현재 계열사만 20여 개, 연매출은 1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계열사인 LS네트웍스 한 곳만 해도 프로스펙스, 몽벨을 비롯한 아웃도어 브랜드 사업을 주종목으로 연 3582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 이사장은 "이같은 대기업이 어떻게 영세한 자전거 점포 사업까지 한다고 나설 수 있느냐. 수십년 동안 자전거 시장을 키워온 우리 영세업자들로부터 하루 아침에 시장을 빼앗아 기존 점포들을 몰살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인 이사장은 구회장이 최근 ''자전거 소매상들이 자기네 점포에서 제품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리해 주지 않거나, 잠깐 손 보면 될 것을 통째로 바꾸라는 식으로 영업하는 곳이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인 이사장은 이에 대해 "수십년 동안 정직하게 땀흘려 일해온 전국의 자전거 소매상인들을 도둑놈 취급하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법적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 이사장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는 LS 측이 자전거 수리점 사업에서 철수할 때까지, 프로스펙스 불매 운동 등 모든 투쟁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사무총장도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는데, 우월한 힘을 이용해 뒷골목에서 어렵게 성장해온 영세업자의 기름때 묻은 돈까지 탐내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이기도 하다.
같이 연대해 탐욕스런 대기업들과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dksong@fnnews.com 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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