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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약품설명서 안지켜 의료사고 났다면.. 환자에 손해배상 의무 있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25 09:00

수정 2012.03.23 15:35

의사가 취급 시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의약품 첨부문서(약품설명서)를 지키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환자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다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이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경기 의왕시 소재 D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병원은 8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두 달간 D병원에서 입원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후 외래치료를 계속 받던 중 집을 나가 여관에서 2주가량 숙식하며 지속적으로 음주하다가 2008년 8월 재입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박씨에게 알코올 금단증상 완화를 위해 종전 입원 때와 같이 신경안정제 '아티반'과 항정신성약물인 '할로페리돌'을 정맥투여했다. 하지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자 의료진은 혈압상승제를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결국 박씨는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이에 유족들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 면밀한 관찰 없이 약물을 투여했고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발생한 저혈압을 약물 투약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임상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아티반과 할로페리돌을 투여하면서 일일이 설명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할리페리돌의 약품설명서에는 부정맥 위험성 때문에 정맥투여용으로는 허가되지 않았는데도 의료진은 정맥주사를 했고 경과 관찰도 소홀히 했다"며 "의사가 의약품 사용 시 첨부 문서 상의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특단의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이 약품설명서 주의사항에 따르지 않는 투약 행위를 할 때는 정상적 투약과 비교해 위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환자나 보호자에게 수반되는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장기간의 폭음이 심정지 유발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해 병원 측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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