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저소득층 지원 등 공공적 기능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개인 파산 신청자가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돼 있는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을 국가가 일부 보조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산 신청자는 파산관재인 선임비용조차 버거운 만큼 저소득층 신청자에 한해 정부 예산으로 보조해주자는 것이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 초부터 개인파산 신청 시 원칙적으로 파산관재인 선임이 의무화됐다. 신청자는 모두 30만원의 선임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법원 선고로 책임을 면케 해주는 제도다. 파산관재인은 개인파산 사건에서 채무자가 숨겨둔 재산이나 소득을 찾아내 이를 처분하거나 신청인에 대한 파산처분의 적합 여부 등을 조사한다.
이 제도는 파산선고 및 면책 결정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1년 이상 걸리던 관련 절차를 3개월 이내로 간소화해 신청자의 신용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파산 신청사건에 일괄적으로 30만원을 들여 파산관재인을 의무 선임토록 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정모씨(38·주부)는 "집 물건에 차압 딱지가 붙는 등 엄청난 빚 독촉에 시달려 파산신청을 하려다가 파산관재인 선임에 별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파산신청자에겐 30만원도 큰돈"이라며 "저소득층만이라도 선별 보조해준다면 신용 회복에 대한 재활 의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나 '차상위 계층' 등에 한해 개인파산 신청 시 저소득층 부담 경감 차원에서 관재인 선임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30만원이 자칫 저소득층의 신용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강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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