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産銀 민영화 반드시 성공해야/장범식 숭실대 경영학 교수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1 18:39

수정 2012.05.01 18:39

[특별기고] 産銀 민영화 반드시 성공해야/장범식 숭실대 경영학 교수

산은금융지주가 민영화 첫 단계인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연내 지분 10% 이상을 상장시킴으로써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낙후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당초의 민영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이며, 몇 가지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설립 이후 특유의 개발금융과 남들이 주저하던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해 경제발전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전쟁 직후 폐허 상태의 한국 경제를 오늘날 국내총생산(GDP) 1조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 세계 7대 수출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은행이 산업은행이다. 개척자적 유전자(DNA)를 지닌 산은금융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글로벌 금융그룹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며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의 효율적 경영을 도입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비로소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도이체방크, DBS 등 국제 금융그룹들이 기업공개를 바탕으로 전략적 투자자 유치, 해외진출,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중국도 5대 국영은행의 기업공개를 완료하고 금융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의 대표주자인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둘째, 지난 2008년 9월 리먼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환경 변화를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글로벌 금융그룹 육성을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확충과 부채감소를 추진함과 동시에 새로운 영업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도이체방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독일 최대 소매은행인 포스트은행을 인수해 안정적인 자산기반을 확충했으며 아시아에 대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업무가 대단히 제한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실물경제 규모에 걸맞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도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향후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발전·도로·철도·항만·통신 등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금융수요만 8조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국영은행으로 출발한 산은금융지주의 대외인지도와 브랜드파워를 지역적으로 확장시킬 좋은 기회다. 민영화를 결정한 이상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를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셋째,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 과정에서 산은의 대외채무에 대한 국회보증 동의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국가의 대외신뢰도 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산은의 대외채무를 정부가 보증한다는 내용은 여야가 합의로 개정한 산은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국내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투자자에게 공지된 사항이다. 이러한 투자자와의 약속이 대선 등 정치일정을 이유로 지연되는 등 지켜지지 못한다면 대외신뢰도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논란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산은금융그룹은 적극적인 재무개선, 성과관리, 비전 제시 등을 통해 공모가격을 높이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정부도 산은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어야 기업공개 및 공개 이후 잔여지분을 매각할 때 장부가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선거의 해에서 국가적인 과제가 표류되지 않고 정리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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